"에, 또.........어디보자.
오늘도 저녁은 풀밭인가." -긴토키

저녁 반찬거리 목록에 고기가 없음을 아쉬워하는 한 사람.
은발을 가진 사내는 우산을 쓰고선 중얼거렸다.
비 때문에 습기가 차서 그런지 오늘따라 그의 곱슬머리는 유난히 더 곱슬거린다.
그는 그런 자신의 머리를 보며 툴툴거렸다.

"아~ 진짜." -긴토키

사실 긴토키는 결국 반찬거리를 살 돈으로 신간 점프를 샀다가
신파치에게 혼나고서 다시 거리로 우산을 쓰고서 나왔다.
그렇기에 그의 표정에는 더욱 짜증이 서려있었다.

"내가 번 돈 내가 쓰겠다는 데 정말......" -긴토키

툴툴거리면서 타박타박 걷는 그. 비가 와서 그런 걸까, 오늘따라 그의 발걸음이 무겁다.

「긴토키.」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과거의 누군가의 목소리.
그는 머리가 아픈 듯 미간을 찌뿌렸다.
일부러 잊으려는 듯, 기억해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기억해봤자, 괴로울 뿐이다. .......잊자.

'진짜......비 올 때마다 이러는 거, 싫단 말이다.' -긴토키

그렇게 정신을 반정도만 차린 뒤에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풀린 눈으로 걷기 시작했다.

"음?" -긴토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걸어가던 그의 앞을 우르르 뛰어 지나가는 신센구미.

"무슨 일 났나......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 -긴토키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려 하는데, 히지카타와 소고가 그를 보고는 이쪽으로 와서 물었다.
긴토키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형씨 아니십니까." -소고

"아아, 그래. 근데 지금 뭣들 하는거냐?" -긴토키

"도주중인 살인범을 쫓는 중이다.
혹시 피흘리며 도망가는 여자 못봤나." -히지카타

"그런 여자는 못 봤는데. 대체 누굴 죽였데?" -긴토키

"마약밀매범들." -히지카타

"좋은 일 했구만 뭘." -긴토키

긴토키가 말하자 히지카타는 그 말 한마디로 될일이냐면서 다짜고짜 화를 냈다.
히지카타는 이내 다시 쫓아갔고, 소고는 남아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뭐, 혹시라도 보면 알려주세요.
....... 꼭 찾아야되는 사람이라서 말이죠." -소고

"뭐 특징 같은 건 없냐?" -긴토키

소고는 그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총에 맞았으니 피를 흘릴 거에요." -소고

"총까지 쓴거냐? 과격한 놈들.
이 오빠는 말이다, 여자에게는 그런 짓을 안하는 신사라고, 신사." -긴토키

"신사건 뭐건 간에, 꼭 알려주세요." -소고

소고는 발걸음을 돌려 히지카타쪽을 향했다.
그렇게 쫓아가면서 소고는 다시 말했다.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아, 그리고 피가 검은색..... 일거에요." -소고

그 말 한마디에 긴토키의 얼굴 표정이 귀찮음에서 섬뜩함으로 바뀌었다.
소고는 그런 그를 조금 의아하게 보다가 바로 다른 이들을 쫓아갔다.

"어....어이! 기다려!" -긴토키

긴토키가 뭔가를 물어보기도 전에, 소고는 이미 떠난 뒤였다.
긴토키는 그대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검은 피? 그럴리가 없어......' -긴토키

그는 애써 진정하려했지만, 주먹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역시 짚이는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 녀석은....이미 죽었을텐데........?' -긴토키

그럴리가. 없다. 검은피를 가진 자가 또 있을리 없다.
그녀의 말로는 배신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멸족이라 했다.
그런데 검은피라니. 게다가 여자.....였다고?
긴토키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해 우선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어느때보다 서둘러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갔다.

"아, 긴쨩. 왔냐, 해?" -카구라

"긴상, 어디 아프세요?" -신파치

"긴쨩은 바보라서 감기 안 걸린다, 해." -카구라

카구라와 신파치의 말에도 긴토키는 반응없이 소파에 털써 누웠다.
둘은 평소와도 너무 다른 그를 보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정말......그 녀석이
살아있을리가 없는데.......' -긴토키

긴토키는 고개를 파묻더니 이내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 앉았다.
이대로는 안된다. 어떻게든 이 눈으로 진실을 확인해야한다.
만약... 만약 정말 그녀라면......

".....난 잠시 나갔다 오마." -긴토키

"긴쨩?" 카구라

긴토키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는 현관의 우산하나를 집어들고서 거리로 나갔다.

비릿한 피냄새를 타고 불안은 빠르게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