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동안의 정적. 삿갓을 벗은 그자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자세히보니 그녀와 비슷한 옷일 뿐 게다가 남자였다.
긴토키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알 거 없어. 그저 의뢰로 양이지사들을 처리중인 사람이다." -???
"......... 막부인가." -긴토키
"뭐, 우선 비슷하다고 해두지." -???
긴토키는 잠시 아무말없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멍하니 있었다.
즈라는 필시 저 녀석의 짓이다. 그렇다는 건, 그녀가. 아니었다는 것.
긴토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너는 그렇게 나를 믿었는데. 결국 신뢰니 뭐니 명분은 잔뜩 내세우고서
너를 믿지않은 건 나였다.
그런데 왜 너는...... 또 다시.......
"처음에 카츠라 코타로를 만났을 때는 어떤 여자가 방해를 해서.
이번에 확실히 끝내야지." -???
"여자.......?" -긴토키
"그래. 나처럼 삿갓쓴 여자였어.
칼날이 검은색이라 안보여서 애 좀 먹었지." -???
긴토키는 그제서야 완전히 알았다.
그렇다. 지금까지 그녀는 누군가를 죽이려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즈라를 공격한 척하며 스스로 악역을 도맡았다.
게다가 오히려 즈라를 구했다. 엘리자베스가 말한 도와준 자는, 경찰이 아니었다.
또다시 왜 너는 모두를 지키려는거냐. 상처를 입으면서도.
소중한 이들에 의해 입는 상처의 무게가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후회했다.
"그 여자, 요시와라로 도망친데까지 쫓아오더군.
그 때 네 녀석을 처리하려 했는데, 그 여자가 끼어들어선..... 쳇." -???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양이전쟁 때도 그랬다.
달빛아래서 화려하고 또 앞장서서 적을 처리하는 것이 백야차였다면,
그 뒤에서 동료를 위해 남모르게 어둠 속에서
움직여 모든 것을 짊어진 것은 흑영.
요시와라에서 싸운 것은, 저자에게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던건가.
어쩐지 그 때 시선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하더라니.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이를 으득 갈았다.
"백야차 나으리. 너도 죽어줘야겠어." -???
그 녀석은 그대로 긴토키에게 달려들었다.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녀석은 씨익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고,
긴토키는 고개를 숙인채 말없이 그대로 있었다.
아무런 공격 태세도 취하지 않은 채, 그렇게. 가만히.
"끝이다!" -???
그리고 그 녀석이 검을 내리치는 순간.
그의 옆모습이 왠지 웃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