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카부키쵸 인근의 작은 병원. 긴토키는 숨이 차오를 정도로 달려
병실의 문을 세게 박차고 소리치며 들어갔다.
"즈라!!" -긴토키
카츠라 코타로. 그는 침대위에 누워있었고
그 옆을 엘리자베스와 카구라, 신파치가 지키고 있었다.
"큭....즈...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카츠라
"독한 자식. 그 상태에서도 그 말이 나오냐." -긴토키
긴토키는 카츠라가 그렇게 말하는 것 듣고서 그제서야 조금 안심하는 듯 했다.
카즈라가 그런 그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설마 긴토키 자네, 빈손으로 온건가?
환자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병문안 선물일세." -카츠라
"그딴소리 하는 걸 보니 네가 정상은 맞구나." -긴토키
즈라......아니지, 카츠라가 병원에 몸져눕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상처 때문인 듯 했다.
깊게 베진 않았지만, 등쪽에 칼로 베여 출혈이 꽤 있었던 것 같았다.
"대체 뭘 하고 돌아다녔길래 이 모양이냐, 즈라." -긴토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어젯밤에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했네." -카츠라
긴토키는 혹시..... 라고 생각하며 카츠라에게 범인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어쩌면 그녀일까. 자신을 그렇게 찾지 않고 내버려둔 우리에게. 복수라도 하려는걸까.
"흠......삿갓에.....검은색 망토인지 유카타인지 그런 것을 걸치고 있었다네.
밤이라서 얼굴도 잘 안보였어." -카츠라
긴토키는 그 순간 확신했다. 그녀일 것이라고.
우리를 믿었었다고 말했다. 역시. 원망하는 걸까.
우리 때문에 그림자가 되어야만 했으며, 혼자 고통스러워했다.
정작 그녀가 모두에게 천인인 것을 들켰을 때도,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져내릴때도.
우리는 그 무엇도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말도 안된다. 적어도 긴토키가 아는 그녀는, 이렇게 까지 잔혹하진 않았다.
웃는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 강하면서도 여린 그녀였는데. 왜.....?
"그 자가 뒤에서 공격할 때 피했지만 등을 베였다.
죽을정도는 아니었지만." -카츠라
긴토키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가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 그녀라면 그렇게 끝내지 않고 마무리를 했을텐데.
이제와서 옛정을 운운하자니 그건 또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자가 마무리를 위해 다시 칼을 치켜드는 순간, 누군가가 그 자를 막았지.
경찰인지 다른 사무라이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엘리자베스가 날 발견하고서 병원까지 데려왔다네." -카츠라
[우리를 도와준 자는 아무래도경찰 같더군요] -엘리자베스
"긴토키. 뭐라도 짚이는 거 없나?" -긴토키
그리고는 바로 깊은 고민에 잠겼다.
즈라에게 그녀에 대한 것을 말하는게 맞을까, 말하지 않아야할까.
괜히 말해서 일부러 불안하고 찝찝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해야될 것 만 같았다.
"그래서, 엘리자베스씨가 저희에게 그 자를 찾아달라고 의뢰하신거에요." -신파치
신파치가 말했다. 긴토키는 요시와라 건도 있기에 섣불리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짓을 하기전에 얼른 찾는게 급선무였다.
우선 카츠라에겐 말하지 않기로 한 그였다. 어쩌면 오해일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녀를 믿어보자고.
"어이, 신파치. 카구라.
이번에 요시와라의 치안 관리를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러니 우선 짐싸서 요시와라로 간다." -긴토키
"긴상! 실망입니다!" -신파치
"긴쨩 실망이다, 해!" -카구라
긴토키는 병실의 문 손잡이를 돌렸다. 둘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의 뒤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는 그런 그들을 뒤돌아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씨익 지으며 말했다.
"뭐해. 얼른 가서 정보 모아야지. 범인잡으려면." -긴토키
"긴상. 그렇다는건......." -신파치
그 말 한마디에 모두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둘은 밝게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 병원을 나왔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이끄는 그의 표정은 전혀 밝지 못했다.
그 여유로워보이는 미소에 담겨있던 슬픔과 씁쓸함.
먼 훗날, 어쩌면 카츠라와 카구라, 신파치, 엘리자베스는
그런 그의 얼굴에 드리워져있던 슬픔과 아픔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후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