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왜 그럼 유키가........!"

"그녀도 허락한 일이었다." -타이치

그 말에 그녀는 한순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타이치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그 때 그 표정의 의미는........'

그제서야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녀의 표정이.
슬픈 표정이었다. 그 어린 날의 자신이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드리운 표정.
모든 것을 알고있었던거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만 살아있는걸까.
그 의문은, 타이치의 다음 말에서 풀렸다.

"그녀가 전 날 부탁했었다.
너를, 살게 해달라고." -타이치

"웃기지마............"

"자신이 죽은 뒤에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한 증오라도 품게 해
계속 너를 살아가게 만들기로 했다." -타이치

"웃기지......말란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땐,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타이치가, 그렇게 메마른 감정을 가진 걸로 유명한 그 타이치가,
희미하게나마 웃었다. 비웃음? 동정?
그녀는 그마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울 시간이 있으면, 살아가라.
쿠로족의 마지막 생존자로써, 살아가라.
그녀의 몫까지, 그리고 내 몫까지." -타이치

이윽고 매서운 겨울의 바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한 번 거세게 일었다.
타이치가 사라져가는 그 순간,
그녀는 그 검은연기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그 손을 거두었다.

"뭐, 잘 먹고 잘 살아라. 꼬맹아. 아니," -타이치

"타이치, 잠깐.........!"

가지마. 넌 아직 죽으면 안돼.
이렇게 갑자기 말하고 가버리면, 나는.
나는 어디에 이 화를 풀어야하는건데.
기다려. 아직 당신에게 못한 말이 있어
바보같이 복수라는 이름에, 당신을 잊어버렸어.
당신이 나를 처음 발견한 뒤 거두어 준 것도,
그리고 가혹하긴 했지만 당신은 나를 지켜주었어.
왜 그것들은 전부 잊은 채 당신을 죽이려고만,이유를 알지않으려고만 했을까.
후회돼. 그러니까 아직은 죽으면 안돼.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은 끝내 닿질 않고,

"(-)." -타이치

이내 그 검은연기는 겨울의 바람과 함께
저 잿빛 하늘위로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그제서야 참던 눈물을 떨구며 흐느꼈다.
그 따뜻한 눈물이, 바닥의 눈을 녹여갔다.
그녀의 흐느낌에 목소리가 젖어들어간다.

"이래서 악당이 싫어.......
맨날 마지막에만 주인공인척 하고......"

왜. 왜 그래야만 했던 겁니까.
왜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겁니까.
왜, 당신은 그런 감정을 가진 것입니까.
차라리 그 때 당신은 죽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자결이 아닌,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야했습니다.
나를 그렇게 가혹하게 몰아붙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겁니까?
그렇다면 아예 그렇게 원수로 남아있어야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걱정처럼 헛된 감정을 품지 않도록.
어리석은 사람. 그런 어리석은 당신에게 속은 나는,
얼마나 더 어리석은 바보라는 겁니까.

".........(-)." -긴토키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고서 고개를 든 뒤 긴토키와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건지 카무이는 보이지 않았고,
카구라와 신파치, 소고도 와있었다.

".....새하얗게 지워져버렸어.
그림자의 검은색. 따윈."

눈물로 인해 붉어진 눈시울을 한껏 휘어뜨리며 웃는 그녀.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에도를 습격하는 이 두 배만 처리하면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런데 왜 늦게 알아차렸을까.

(*bgm은 여기까지입니다. 왠만하면 끊는 것을 추천합니다.)

분노는 남아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