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있어. 이번 달 내 월급으로 가서 사올테니까."
그녀가 툴툴거리며 걷자 그 길을 따라
새하얀 눈위에 발자국이 생겼다.
긴토키는 왠지 모르게 그 발자국을 보며 혼자 사색에 잠겼다.
'예전엔 그저 돌아볼 뿐이었는데, 말이지.'
가끔가다 전장에 눈이 내릴때면.
이따금씩 그는 새하얀 옷과 은발을
붉은 피로 물들인 채 그 위를 걸어가다 말고
뒤를 돌아 발자국을 보고는 했다.
하얀세계에서 오로지 그 만이 붉었다.
만약 피로 덮혀있지 않았다면
찾지 못할 만큼 그는 하얀색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뒤돌아보고 있노라면
자신과는 정반대의 검은색의 그녀가
똑같이 피를 뒤집어 쓴채 따라왔다.
그리고선 어디서 다친거냐며 묻는다.
자기가 더 다쳐놓고서도.
그녀의 검은피는 언제나 새하얀 눈 위에
떨어져선 한 송이의 검은 꽃이 될 뿐이었다.
'지금은.........' -긴토키
긴토키는 살짝 씨익하고 웃더니 이내 그 발자국을 따라 뛰었다.
그 발자국이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에 지워지기 전에.
조금 더. 조금만 더.
"같이가." -긴토키
그녀에게 닿을 때까지-
"뭐야. 갑자기."
긴토키는 그대로 뛰어가선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 위에 다시 그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너무 튕겨도 재미없다고, 긴토키."
"아니거든. 자고로 남자는 밀당이다." -긴토키
그 말에 퍽이나- 라며 피식 웃자 긴토키는 씨익 웃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더이상 발자국을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이젠 뒤가 아닌 앞에서 그녀가 기다리고 있어주니까.
그리고 그는 평소처럼 또다시 웃어넘기며 태연하게 말하겠지.
"얼른 가자. 너 때문에 기다렸잖아."
"네- 네-" -긴토키
모든 것이 새하얘져만 간다. 이 세계가.
조금씩 죽어가는 아름다운 세계가.
이 하얀세계가 모든 것을 하얗게 물들인다.
하지만 검은 그녀만은 그가 찾을 수 있도록
언제나 아름답고도 잔혹한 검은색의 꽃으로 피어있을 뿐이었다.
마치, 그 때처럼-
볼을 긁적이는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