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강하신 모양이네요." -엄마

아이의 집으로 우선 비를 피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구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아이가 내가 천인이라고 말하자 안심하며 집에 들여보내주었다.
우선 이곳에서 잠시 쉰 뒤에 돌아가자.

"다시 한 번 저희 애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아니에요. 그저 그 자식들이 쓰레..... 합."

애 앞에서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입을 막으며 아이를 보자
아이의 엄마는 짧게 웃었다.
피부색이 조금 푸르지만 인간과 외형은 거의 같았다.
그래서인지 딱히 위화감도 뭐.....
아까는 개머리에 돼지머리에 도깨비를 닮은 놈에....
아주 그냥 동물농장도 아니고 개판이었지. 응.

"아가씨, 검은색 피라는 게 사실이에요?" -엄마

"그렇긴 한데..... 한 번 더 베어야하려나요.....?"

내가 불안한 눈으로 스윽 보자 웃으시며 손을 내젓는다.
그저 궁금해서란다. 누구는 이게 정상인데 누구는 신기한가보네.

"제가 아는 천인 중에 검은피를 가진 용병부족은, 멸족했으니까요." -엄마

그 말에 가슴 한 켠이 시큰했다.
그래도 알고있는 자가 있기는 있구나.
이제는 그런 것에 휘둘릴 만큼 어리지는 않다.
그래도 연관되어 생각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쩔 수 없나.

"언니, 칼 색이 왜 검은색이야?" -아이

그러던 그 때 아이가 내 검을 구경하다가 한 말에
아이의 엄마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금 놀란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미안해서 어쩌나...... 난 그것도 모르고......" -엄마

"아니에요. 뭐, 저 밖에 안 남은 것도 맞고."

아이의 엄마는 사과의 의미로 부탁할게 있냐고 물어왔다.
딱히 필요한 것도 없는지라, 잠시 생각하던 나는
힐끔 아이의 엄마를 보며 말했다.

"저..... 혹시 고민상담 좀 해주실래요?"

내 말에 '얼마든지' 라고 대답해주신다.
그 녀석도 이러면 얼마나 좋아.

"늘 혼자서 짊어지려는 바보같은 친구가 있는데,
곧 그 친구의 생일이거든요.
선물도 선물이지만 뭘 해주고 싶어서......"

정말 바보같다.
네가 약자들을 감싸려는 날 보는 그 시선처럼
나도 목적을 위해 자신마저 버리는 널 보는 시선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너의 생일을 기억하고나 있을까.
선물의 의미를 알아줄까. 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네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 필요로 하는 이가 있기에
검을 쥐었고, 네가 믿으라고 말해주었기에 믿었는데.
내리는 비에선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그러니 생일만이라도 제대로 축하해주고싶어.

"간단하네요." -엄마

아이의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저쪽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곁에 있어주세요. 소중한 사람이랑 함께 있는건," -엄마

그리고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그 두 팔로 아이를 안았다.

"이렇게나 행복하니까." -엄마

그런 팔을 꼬옥 잡는 아이의 푸른 손.
귀엽다. 그리고 정말로 행복해보인다.
그런 모습에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던 그 때, 바깥에서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아이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란스럽네...... 잠시만요." -엄마

바깥의 일이 궁금하지만 나가고 싶진 않다.
비가 많이 잦아들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스윽 올려다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멍하니 있자 아이의 엄마가 굳은 얼굴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지구인 한 명이 마을로 들어온 모양이에요.
혹시 모르니 우선 나가지 마세요." -엄마

이곳은 지구와 가까워서 지구인들이 먼 곳으로 항해할 때
잠시 들렸다 가거나..... 몇몇은 약탈을 일삼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인이나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한 것 같다.
특히나 지구인. 그저 조금 다른 것 뿐인데도....
나도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어요!"

나는 옆에 두었던 반사이의 코트를 뒤집어 쓴 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가운데로 향했다.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나고 보이는 것은,


흐르는 빗물에 섞여드는 붉은 피와.


"........신스케?"


그 피에 적셔들어가는 하얀붕대를 눈에 두른 채,
쓰러져있는 한 사람.


"신스케-!!"


일어나. 제발.

방향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