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온통 하얀 곳.
그런 곳에서 일렁이는 검은 연기와 그걸 따라가자
보이는 익숙한 한 사람.

".........누님?" -소고

누님을 부르는 순간 갑자기 빠지는 듯한 느낌에
눈을 뜨자 물 속에 몸이 떠있었다.
숨도 쉬어진다. 말도 나와.
분명 이것은 꿈이겠지. 그렇다면, 자각몽인가.

"(-) 누님....!!" -소고

물 속에 떠 있는 채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쪽으로 가면 갈 수록 검은 연기들이 가로막는다.
몸에 생기는 생채기에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손을 뻗었다.

"가지말아요.... 가지말아요, 누님......" -소고

간다는 말도, 가려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그렇게 그녀의 볼에 손이 닿기 직전,
그녀는 내 입을 한 손으로 막고는 '그만' 이라고
딱딱하게 한 번 끊어 말했다.
그녀는 그 상태로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히 읊조렸다.

"잠깐만........
잠시만, 아무말없이 이대로....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향해 늘어진 그녀의
흑발사이로 보이는 그 눈이, 너무나도 슬퍼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입을 막고 있다가
이내 나의 손을 잡아주는 그녀의 손이,

"........소고."

너무나.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잘 있어."

그 말과 동시에, 누님을 내버려둔 채 몸시 점점 아래로 가라앉았다.

"(-)!!!" -소고

눈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검정색이다. 아니. 안보인다는게 맞겠지.
눈 앞에는 온통 어두운 어둠 뿐.
당신을 지키지 못하고 슬픔과 후회의 바다에
또 다시 빠져선 점점 가라앉는다.
아무런 고통도, 괴로움도 느껴지진 않았지만
눈앞을 가리는 검은 연기와
흐려져가는 시야에 한줄기의 빛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고,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오히려 가시에 긁히는 장미 덩굴 같은 장소.
가장 화려한 자리이자 동시에
가장 어두운 자리이기도 한 그곳에, 그녀는 아직도-


그래.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이것은,


슬픔.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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