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함께 정신을 잃은지 꽤 된 것 같은데.
잠에서 깼지만 아직 시야가 어둡다.
그제서야 나는 눈을 천천히 떴고, 어딘가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집으로 보이는 곳.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조금 어지러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여긴?"

너무나도 조용했다. 대체 어디로 온 걸까.
어느 한적한 시골의 풍경이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나는 이곳을 알고있다. 하지만, 그곳일리가 없지 않은가.

" 일어났어요?" -미츠바

그렇게 밖을 보던 내 뒤쪽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한마디에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저런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많을지 모르지만,
그 분의 목소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한동안 돌아보지 못했다. 이대로 본다면 약해질 것 같아서.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고 나아가라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하지만,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어머. 저랑 같은 적안이셨네요." -미츠바

지금 살아있는 누님이 제 눈 앞에 계시는데.
웃으면서 내게 말하고 계시는데.
환상도 꿈도 아닌 진짜 그 나날의 당신이.

"오키타 미츠바라고 합니다. 그쪽은요?" -미츠바

그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그대로 그녀를 끌어당겨 안아버렸다.
꽈악 안았다. 따뜻하다. 차갑지 않다. 살아, 있다.
당황했음에도 불구하고서 침착하려 노력한다.
괜찮냐면서 내게 묻는 목소리에 눈물을 참았다.
아아,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
그리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나의 하나뿐인 누님.

"저기........" -미츠바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라는 진부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지금 시간이 멈추면 당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날 걱정할 또다른 누님도 계실테니까.
이를 악 물고서, 그렇게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슬픈 표정은 넣어둔 채 그저, 웃었다.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과 닮아서...." -소고

내 갑작스런 행동에도 그녀는 웃으며 내게 차 한 잔을 건네었다.
그걸 받아마시는 순간마저 나는 그녀를 눈에 담았다.
1초라도 더 많이. 조금이라도 더.

"소중한 분이신가보네요." -미츠바

그 말에 나는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자 웃고있는 누님의 얼굴에 애써 웃어보여요.

"....네. " -소고

웃지마세요. 웃어주지마세요.
전 당신이 웃어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질 않아요.

"너무나 소중한데....바보같이 지키지도 못했는데..." -소고

내 말에 표정이 변하는 그녀.
나를 위해 똑같이 슬픈 표정을 짓다가도,
내가 웃자 마주웃는다.

"그 사람은 그래도 내게 웃어주고 있겠죠." -소고

그렇게 꿈같은 잠깐의 담소를 나누던 시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누군가는,
복도를 쭉 걸어와선 문을 조금 거칠게 열었다.

"어이, 미츠바. 그 녀석 깼어?"

그리고 나는, 나보다 한 두살 정도 어려보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아? 뭘 뚫어지게 쳐다보는거냐, 네 놈."

아아, 역시.

과거의 (-) 누님 그대로다.

반항과 반전은 한 글자 차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