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들어가 부수어진 갑판.
그녀는 그곳 가운데에서 파편 가운데 있는 카무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녀석을 이길 수가 없을 정도로
네가 강하니까......읏.......!"

그리고는 그녀도 그대로 뒤로 넘어져선 눈이 소복히 쌓인 갑판위로 드러누었다.

"어이! 너 괜찮냐!!" -긴토키

긴토키가 저 금속의 마찰음 속에서 외치자 그녀는
드러누운 채 손을 흔들어보였다.

"니 눈엔 괜찮아 보이냐.
그리고 긴토키........."

아까 푹 꺼져들어가 부숴진 갑판의 파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카무이가 파편에 찔려 피를 군데군데 흘리며 옷을 털며 일어났다.

"니 검 부러져도 난 모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아선 일어서선 자신을 보며 웃고있는
카무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저 뒤쪽의 카구라에게 자신이 빌려썼던 우산을 던져준 뒤
식은땀을 조금 흘렸다.

"이야~ 이번건 나도 놀랐어.
아직도 그럴 힘이 남아있었어?" -카무이

"그러게. 나도 놀랐다.
어떻게 한 번을 안 죽냐......"

무리하게 안 움직이던 다리를 갑자기 써써 그런지 쥐가 난 듯 했다.
발목의 통증이 생각보다 아주 심하지 않아서
싸울 수는 있겠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카무이-!!" -카구라

카무이는 자신의 우산을 펴더니 뒤에서 쏴대는 카구라의 총알을 막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긴토키와 바꾸었던 진검을 빼들었다.

"응?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어쩌려고?" -카무이

"이러려고 그런다, 왜."

카무이와 카구라가 싸우고 있자 그녀는 그러더니 그대로
뽑은 검으로 자신의 다리를 한 번 베었다.
뿜어져나온 검은 피가 갑판위의 하얀 눈위에 검은 꽃을 피운다.

"우와- 내가 너무 몰아부쳤나? 자해를 하는 걸 보면." -카무이

"그래. 너무 몰아부쳤어."

이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선 카무이의 위로 도약했다.
검을 치켜들고서 씨익 웃는 그 모습이.
통증으로 뒤뜰린 안면근육을 애써 붙잡고서 공격하는 모습이 섬뜩했다.

"그래도 미치진 않았으니 걱정말라고!"

카구라를 막느라,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피를 내어
쥐난 것을 풀고 (쥐났을 땐 피내는 게 직방이다)
자신을 공격할 줄은 미처 예상못했던 건지
카무이는 치명상만 피하고서 등을 그녀에게 한 번 크게 베였다.

"큭......역시 재밌어, 사무라이는." -카무이

그녀는 그대로 툭하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카구라가 대신 싸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폭발음과 에도의 비명소리.
그리고 검과 검의 마찰음마저 눈속에 파묻혀가는 듯 했다.

바닥에 내리꽂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