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그녀가 내 표정을 본다고 해서,
나는 상대를 죽일 땐 언제나 웃어. 나름의 배려랄까." -카무이
조용히 그의 옆에서 술을 따르던 그녀는
예전의 기억과 저 말을 조금씩 조합해 보았다.
저 이야기의 여자는 필시 자신이 분명하다.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전쟁 중에 야토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듯 했으니까.
근데 설마 이 녀석이었을 줄이야- 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긴장하는 그녀였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단순히 카구라의 오빠라서가 아니었구나.
"그렇게 몇 년 뒤 다시 만났는데,
평화에 젖어선 그 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
그녀는 속으로 '그래 이 자식아 미안하다
지금 한 대 먹여주랴?'라고 외치며
다시금 겉으로만 웃어보였다.
"그래서 기억나게 해줬어.
얼마 전에 만났는데 그 때와 같진 않지만
어느정도 그 때 같아져서 맘에 들어." -카무이
"아...그러시구나."
"응. 술 마지막으로 한잔만 더." -카무이
"
확 그냥 폭탄주를 쳐먹일까보다....."
그녀가 워낙 작게 말해서 잘 들리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아부토는 조금 있으면 누가 오니 그만마시라고 했고,
카무이는 그대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난.....그녀가 부러웠던걸까......" -카무이
"......?"
어쩌면 그는 그녀가 부러웠던 걸지도 모른다.
야토니까. 야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그만큼 상처입히니까.
언제나 '야토니까' 라는 말로 자신을 감추며 자기자신만을 지켜왔으니까.
그렇게 밖에 그는 자기자신만을 지킬 수 밖에 없었기에,
다른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부러웠다.
"저번에. 실수로 흥분해버려서 그녀를 죽일 뻔 했어." -카무이
그 때 식당배에서 있었던 얘기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린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 때 당한 옆구리가 쑤시는 듯 했다.
이미 나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왤까? 분명 평소랑 똑같이 죽였을 뿐인데.
가슴 한쪽이 아려와." -카무이
어느새 카무이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측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슬펐으니까. 야토라는 이유로 그렇게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그가, 돌연변이라고 불리던 자신과 닮았으니까.
"그래서 알고싶어졌어. 아무래도........" -카무이
카무이는 그러더니 그대로 옆에 앉아있던
그녀의 뒷통수를 한손으로 잡고서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게 한 뒤 자신의 이마에 그녀의 이마를 맞댔다.
"너를 가져보면 알것 같아." -카무이
그리고는 그녀와 눈을 가까이 마주한채로
푸른색의 눈을 뜨고서
눈매를 가늘게 뜬 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나지막히 그녀에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섬뜩하고도 오싹했다.
"(-)." -카무이
"........!!"
그렇다. 그는 이때까지 그녀가 누군지를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대한 것.
과거 얘기를 한 것도 그녀의 기억을 살려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