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하늘이 드리운다.
아직 햇빛은 조금 따갑지만 바람과 공기만은
선선한 날씨에
기분 좋게 의뢰를 마친 뒤 해결사에.
오늘따라 가을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저.....긴토키."
시원하다 못해 실내마저 춥게 느껴졌다.
어라. 뭘까. 왠지 모르게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이 장면은.
"여기 폭격맞았어?"
"아니. 우선 진정하고 타임머신 부터 찾자." -긴토키
"너나 진정해 임마.
랄까, 너 저번이랑 똑같은 반응이다?"
사무실의 책상이 거꾸로 뒤집혀있고
왠지 모르게 시원하다 했는데 건물 뒤쪽에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아까 들어올 땐 건물의 앞쪽만 봐서 몰랐는데.
게다가 그 구멍에 쳐박혀있는 작은 배하나.
완전 똑같아. 데자뷰다, 데자뷰야.
"어이, 긴토키. 아무래도......"
책상 위에 테이프로 고정되어있는 펄럭이는 하얀 종이를
잽싸게 집어들어 넷이서 응시했다. 쪽지였다.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아하하핫, 잠시 얼굴보고 간다는 것이 실수로 졸아버렸구만.
근처에 가서 간식 좀 사올테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게남.」
타츠마였다.
긴토키는 저번처럼 똑같이 그 쪽지를 받아든 뒤
대략 37분의 1조각으로 그 쪽지를 공중분해시켜버렸다.
"으아악, 열받아!! 또냐고!!" -긴토키
"하하하........" -신파치
저번에 하루사메와 만나기 며칠 전 상황과 같다.
왜 이 녀석은 이럴 때만 운전을 하다 실수하는걸까.
분명 내 예상대로라면, 대략 1분 뒤 타츠마가 들어오겠지.
"자네들 왔는감? 오랜만이구만." -타츠마
타츠마가 들어왔다. 역시나. 척하면 척이지.
생각보다 빨리왔네. 세상에서 하직할시간이 멀지 않은 듯 싶다.
카구라와 신파치, 나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고,
타츠마의 뒤에 있던 무츠도 잽싸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무츠는 저번 상황과 같아지자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긴토키
그리고 잠시 뒤.나랑 신파치는 잽싸게
카구라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긴토키는 손에서 우드득 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을 풀더니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킨토키?" -타츠마
심지어 긴토키를 킨토키라고 불러버린 타츠마다.
주먹에 가속도가 더해지겠구나 싶다.
"뭐가 오랜만은 오랜만이냐 요녀석아아아!!" -긴토키
신파치와 나는 쯧쯧하고 긴토키와 타츠마를 동시에 보며 혀를 찼다.
카구라는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눈을 가린
신파치의 손과 내 손을 내렸다.
"긴토키. 한 두번도 아니고, 우선 진정해."
내가 말리자 그제서야 긴토키는 잡고있던 타츠마의 멱살을 놓았다.
그렇게 어느정도 사태를 수습하고
모두 구멍이 뻥 뚫려 시원해진 사무실에 빙 둘러앉았다.
"타츠마. 그건 뭐야?"
타츠마의 손에는 검은색 봉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타츠마는 그것을 내게 주었고, 안을 보니 간식이 들어있었다.
당분당분당분........전부 단 것 중심이다.
좋긴 하지만 이러다간 목이 막힐거라고?
식도마저 끈덕지게 녹을거라고?
"긴토키. 마실게 없네, 좀 가서 사다 줘."
"둘이 갔다와라~ 긴상은 피곤하니까 이렇게 있을게~" -긴토키
"긴토키도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
자, 300엔 줄테니까. 응?"
결국 긴토키는 궁시렁거리다가
이내 애들을 데리고서 간식을 사러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얼마 이어지지 않은 정적을 깬 건 타츠마의 한마디였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긴토키까지 내보낸건감?" -타츠마
타츠마는 이미 내가 일부러 그 셋을 내보냈다는 것을 알고있는 듯 했다.
나는 아까의 여유롭던 표정에서
금새 진지하고 감정없는 표정으로
표정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