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너무나도 흐렸다. 일주일 전 그 날 처럼.
하지만 어째선지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방 안에 갇혀선 수갑을 찬 채
앉아있는 그녀의 귀에, 복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 날인가.............."

쩔그럭 거리는 수갑을 끊으려 이리저리 돌려봐도
아무런 진전도 없자 짜증을 내다가 밖의 소리에
미간을 좁힌다.

"아-"

그녀는 한숨과 함께 작은 탄성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쇠사슬의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바깥의 소리에 묻혀갔다.

"신경이 쓰여버렸어......"

조심조심 문 앞으로 가선 가만히 문에 귀를 대고서 밖의 소리를 듣는 그녀.
이 방을 지키는 보초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엿듣기 시작했다.
보초는 천인이 아니라 그냥 귀병대인 듯 했다.

"내일이지? 아마." -귀병대1

"그래. 그래서 오늘 밤에 회의한다고 하더군." -귀병대2

"회의는 무슨.... 여자들 불러놓고 술이나 마시겠지.
우리같은 것들은 구경도 못해." -귀병대1

회의라는 말에 잠시 무슨 말인지 생각하던 그녀는
문득 카무이의 말이 생각났다.
얼마 전 그녀가 탈출하려다 엿들었던 그 말.
에도를 먹겠다고 하던 그 말. 즉, 내일이 전면전이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끄러웠다는 건가. 빌어먹을.

"아, 그럼 이 안에 있던 여자는 어때?
제독이랑 호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갑에 묶여있으니까
데리고 놀 만 할 것 같은데." -귀병대2

그녀는 그 순간 그 문을 부수고서
그대로 저 주둥아리를 짓이기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서 이야기를 엿들었다.

"죽고싶어? 제독이랑 타카스기님한테
그대로 죽임을 당할거야." -귀병대1

"어? 제독은 그렇다 쳐도 타카스기님은 왜?" -귀병대2

"타카스기님이랑 저 여자랑, 친구였다고 하더라고.
그.....전쟁 때 있던 흑영이라고....." -귀병대1

"진짜?!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는데....." -귀병대2

점점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은 흑영이 아닌데. 그저 저렇게 부르는 저 녀석들의 목을
그대로 비틀고 싶을 정도로 이젠 그 이름이 너무나도 싫었다.
듣기 괴로울 만큼.

"그럼..... 저녁에 회의한답시고 윗분들이 한 잔 하실 때,
몰래 한 번 가지고 놀자고." -귀병대2

"들키면 어쩌려고?" -귀병대1

"어차피 내일 싸우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열쇠는 알아서 할테니까, 잠자코 있어." -귀병대2

그 말에 그녀는 다시 침대로 가 걸터앉아 빠르게 두뇌를 회전시켰다.
저 말대로 라면 오늘이 절호의 찬스.
저녁에 혼잡한 틈을 타서,
아까 그 녀석들이 문을 여는 순간 그대로 제압하고서 탈출할 수 있는 찬스였다.
아무리 수갑을 차고있어도 머리 너비 정도까진 벌려지는 쇠사슬로 이어진 수갑인데다가
저런 허접 정도는 발로도 때려눕힐 수 있다. 속도도 빠르니 문제는 제로.

'녀석들이 에도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서 모든 것을 알리면.....된다.'

검은 귀병대의 배의 지하창고에 있을 것이다.
옷은 원래 입던 것을 입고있으니 상관없었다.
랄까, 포로로 잡혀온 사람에게 밥주고, 씻게 해주고,
갈아입을 옷에 세탁까지 해주는 것 자체가 웃기긴 했지만.
나름의 배려인가...라고 생각하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녀는 피식 비웃다가 다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만약 들키면....
에라 모르겠다. 그냥 정면돌파로 가자.'

몸도 어느정도 회복되었고,
혼잡한 틈을 타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모두의 곁으로 돌아가고 나면....

'해내자. 아니, 해내야만 한다.'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다.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