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Story : 하얀 눈 위에 피어나는 꽃 -의 후의 이야기입니다]
눈이 아직도 내리는 밖.
그 고요한 잿빛으로 드리운 하늘에 떠있는 한 척의 배.
그리고 그 배 안의 한 방에서 상처에 붕대를 감은 채
창가에 반쯤 걸터앉아 어김없이 곰방대를 한 번 무는 남자가 있었다.
"흐음~ 그러다 감기걸려-" -카무이
"신경꺼라." -신스케
카무이가 문 쪽에 기대어 서선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고 있자
신스케는 표정의 변화없이 딱딱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재미있네.
자신이 죽였던 여자에게 구해졌다는...." -카무이
그 순간 신스케의 손에 있던 곰방대가 두 개로 부숴지더니
이내 그 중 하나가 날아가선 카무이의 바로 옆 벽에 꽂혔다.
신스케가 날카로워진 녹안으로 그를 째려보고있었다.
"꺼져라. 시덥잖은 얘기나 하러온거라면." -신스케
카무이는 웃고있는 얼굴에 그림자가 한 번 드리우더니
싸늘하게 '너, 언젠간 죽여버릴거야.' 라고 말하고는 나가버렸다.
'눈.......안 그치는군.' -신스케
아마 해결사나 신센구미 등은 병원에서 보내고있겠지.
지금 이 보랏빛의 남자는 그저 창가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볼 뿐이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신스케
그리고선 피식 웃어버리고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옆모습을 보고는
눈에 감겨진 붕대에 손을 갖다대었다.
'아아, 죽을지도.' -신스케
갈아입기 전의 보라색 유카타에 남아있는 검은색의 혈흔.
그것은 그녀의 것.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 그녀는 없다.
「검을 거두어야 할 때를 모르면 너, 죽을거야.」
왜 그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리는걸까.
물러나야할 때는 알고있었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고 싸웠다.
그것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조금이나마 상처를 덜어주기 위해.
그리고 생각했다. 반드시 돌아가자고.
언제나 살아서 돌아갈 것이라고.
설령 죽더라도 귀신이 되어서 돌아가자고.
그럼 그녀는 언제나 반겨줄테니까. 그녀가 있는 곳이니까. 돌아가자고.
'결국. 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건가.' -신스케
하지만 지금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 어디에도 돌아갈 곳은 없기에-
모든 것이 끝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