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인해 귀병대와 하루사메를 제외한 모두가 상처입었다.
피투성이가 된 이들이 이리저리 섞여 싸운다.
피에 물든 검과 목검으로 싸우는 긴토키와 신스케, 즈라.
부러진 팔로 카무이와 싸우는 카구라.
단원들과 귀병대를 힘겹게 막는 신파치.
하지만 그 어디에도 신센구미의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 앞에 서있는 한 사람은, 곤도 이사오.

"......미안해요."

"(-)......." -곤도

아버지가 있다면 당신같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강압적인 아버지 격이던 타이치와는 다르게
당신은 힘이 아니어도 모두를 따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나를 그런 슬픈 눈으로 보는 이유가 뭔가요?
범죄자임을 속인 나와, 막부의 신센구미.
결과는 어떨지 뻔한데 어째서 그렇게 날 보는 건가요?
뒤에서 들려오는 칼날이 떨리는 소리. 2개, 구나.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은 그 둘이다.
형제가 생겼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 너희들이었다.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떠는 것은.
눈물짓는 것은 죄책감일까, 아니면 사사로운 감정 때문일까.

"죽여."

그 죄책감을. 사사로운 감정을 덜어내는 방법을
너희에게 아직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너희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서 가르쳤는데.
마지막 가르침에, 죽게 되는건가 나?

"어차피 이제 소용도 없어."

이대로는 어느 한 쪽이 사라져야 끝난다.
이제 내게는 막을 힘도 없다.
긴토키도 신스케도 즈라도 만신창이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카무이에 의해 거의 죽어가고 있다.
뒤의 둘도, 곤도 씨도 너덜너덜 해졌다.
나는 근데 왜 금새 멀쩡해져버리는 건데.
차라리 다른 이를 회복시키는 피라면 좋았을 텐데.
나만 회복되서 뭐해. 지키는게 아니라 죽이라고 있는 힘이잖아.
이대로는 또 누군가를 상처입힐 뿐이다. 어차피 지킬 수 없다면,
내가 죽어서 혼란한 틈에 다른 이들을 도망치게 하는게 나을 정도야.
죽을 거라면 적어도 원하는 이에 의한 죽음이 나아.
뒤를 돌아 두 사람을 보자, 눈물이 흐른다.
가뜩이나 시야가 흐린데 눈물에 더욱 흐려져 이젠
불길 속의 너희의 인영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제발 죽여줘."

내 말에 두 명이 검을 바로잡는다.
어이어이 호흡을 맞추라는 소리는 10년전부터 했잖냐.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는 순간, 찔리지도 않았는데
단말마와 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라서 눈을 떴을 때는 곤도씨가 뒤에서 뻗어나온 검에 관통되어 그대로 서서히 쓰러지고 있었다.
떨리는 고개로 뒤를 돌아보자 두 명도 쓰러져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자 서있는 이는, 내 종족의 수장이자
나를 이곳까지 오도록 만든 자.

"아.... 아아........"

우라기리 타이치.

"타이치-!!!"

그렇게 몇 번이고 검을 휘두르고 스스로 옷에 불을 붙여 휘둘렀다.
주위의 소리는 이제 들려오지 않았다.
시야도 보이지 않아 본능에 따라 그 녀석을 쫓는다.
녀석의 몸에 불이 붙고 내게 베이는 그 순간에
익숙한 이의 비명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그제서야 소리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검에서 손을 놓았다.
타이치의 검은 칼날이, 은색에 박혀있다.
자줏빛 우산이 붉게 물들어 붉은 치파오를 입은 이에게 묻혀있다.
깨진 안경과 함께 검이 나뒹군다.
검은 제복은 검붉게. 하늘은 회색빛.
불길에 휩싸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검은색의 피투성이인 채 그저 주저앉아 이를 갈며 울 뿐이었던 그 날.
그 어린 날의 그 때와 같다.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던
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누군가가 내게 손을 내민다.

"끝났으니까, 이제 가자 (-)." -카무이

그 손 치워. 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네가 내게 손을 내미는 이유가 뭐야.
만족해? 나를 혼자로 만드니까 이제 만족하니?
신스케도 무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최소 중상, 최대 사망.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 네 목적은 에도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제발 날 놔줘. 제발. 죽어서라도 벗어나려 해도 너는 막는다.
붉게 물든 가운데에 주저앉아, 그저 울 수 밖에 없다.

"아아아아아악-!!"

아무도 없다. 이젠, 그 누구도 없어.

이제는 내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카무이."

"왜?" -카무이

최대의 속도를 내어 카무이의 뒷목을 있는 힘껏 쳤다.
기절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움직이지 못하겠지.
그대로 달렸다. 불에 그을린 몸은 이미 제자리를 찾아가고있다.
어차피 내가 오래살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내겐 이제 걸 것이 그것밖엔 없어.

머릿속이 날아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