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으.... 죽겠네......."

남은 잔해들을 마저 들어내고서 검은 피를 뒤집어쓴 채
숨을 내뱉으며 입에 고인 침을 뱉는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모두가 그녀를 불렀다.

"(-)!!" -긴토키 / "누님!!" -소고, 카구라 / "누나!" -신파치

모두가 그쪽으로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는 상황에서도,
어째선지 히지카타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 너 상처....!!" -긴토키

"누님, 어서 치료부터 하세요.
아무리 누님이 회복력이 좋으셔도 이 정도는.....!" -소고

피를 많이 흘린 탓일까. 그녀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이따금씩 피를 꽤나 많이 흘리는 경우에만 일어나는 증상.
그것을 아는 이들은 지금 그녀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괜찮...으니까.... 잠시만......"

하지만 그녀는 부축하려는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서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떨어지는 검은 물방울.
그 발길이 멈춘 곳은, 다름아닌 히지카타의 앞이었다.

"히지....카타...."

숨쉬기도 힘들어 보이는 그녀는,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주저앉아있는 히지카타의 앞에 찌그러진,
침대 아래에 숨겨두었던 선물상자를 툭하고 떨어뜨렸다.

"이것 .... 큭....때문에 좀... 늦었....다, 미안."

이미 부숴져버린 선물 때문에.
고작 생일을 축하해준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다시 그 병실까지 돌아갔던거냐?
너는, 바보인가? 왜 착하게 못살아서 안달이냔 말이다.
히지카타는 그 말마저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는 울음에
목이메어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였다.

" 그래도...."

그런 그에게, 그녀는 검은 피 투성이가 된 채.

"다행이다. 그렇지?"

어김없이 다시 미소지어보인다.
완전히 밝아온, 아침의 하늘. 그 아래에서.

히지카타는 상처도 잊고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안아버렸다.
검은 연기로 인해 생채기가 나도, 그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애써 이를 바득 갈며 울음을 참는 그의 등을 두 어번 두드리는 그녀다.

"다친 몸으로 일어나기는 뭘 일어나 임마."

피식 웃는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파고든다.

"생일 축하해, 히지카타."

아이처럼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애써 울음을 참는
그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그녀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녀가 눈물을 닦아주기도 전에 고개를 들고서 이내
입을 짧게 맞추었다가 떨어지는 히지카타.

".....이건 멋대로 작전 세운 벌. 그리고 이건...." -히지카타

그리고는 뒷통수를 휘어잡고서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꽤 오랫동안 입술을 누른다.
그렇게 한참있다가 해결사들과 소고가 달려올 때 쯤
떨어져선 옅게 미소짓는 그.

"생일 축하에 대한, 답례다." -히지카타

붉어진 얼굴의 그녀와, 히지카타에게 달려가는 다른 이들이 일순간
교차해 스쳐지나간다.


***



그리고 소동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히지카타의 생일은 성대하게 까진 아니지만 예년보다
훨씬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럽게. 그리고 밝게 축하되었다.

"시끄럽지?"

"아아....뭐. 그렇지만," -히지카타

비록, 언제나의 둔영이 아닌 병원에서 였지만

"나쁘진 않아." -히지카타

적어도 네 생일날에는, 언제나처럼.
평소처럼.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웃어보이자던 그녀의
약속이 전해지기라도 한 듯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래. 이렇게 평범하더라도.
가끔은 태어난 것에 의의를 둬도 상관없겠지.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네가.


'(-), 네가 선물해 준.....' -히지카타



이 5월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라면-


[Fin]


마치. 밤의 어둠을 걷어내는 아침과 같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