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저기까지만.....같이 가줘......"
"......그래." -긴토키
긴토키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그녀가 작게 읊조리는 대로 길을 걸어갔다.
그럴 때마다 손끝까지 그녀의 심장소리가 전해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것은 평소에 손을 잡던 그 두근거림이 아닌
현실과 마주할 두려움의 신호일 뿐이다.
'숨막혀........'
점점 집에 가까워져 갈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만 갔다.
그 어린 날 타이치와 싸우고서 이 거리에서 도망치던 그 날
어린 자신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듯 했다.
".........긴토키. 여기야."
그러던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로 말하고는,
그에게 여기서 기다려달라고했다.
그는 그녀 말을 그대로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혼자서 잿더미가 되어버린 어떤 집 안 쪽으로 들어갔다.
'대장간이었나본데........' -긴토키
긴토키는 입구쪽에 있는 녹슨 망치와 여러 검들을 흘깃 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하늘에서 떨어진 시원하고도 싸늘한 물방울에 정신을 차렸다.
"..........비....내리는데......." -긴토키
비가 오는데도 잿더미 속에 주저 앉은채
하늘을 보며 마구 울어대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긴토키는 차마 다가갈 수가 없었다.
비에 맞으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나의 아이처럼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멈춰버린 것처럼.
그녀는 이내 겨우 진정하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긴토키.........이제 됐어. 그만가자."
애써 무뚝뚝하게 말했다. 비 때문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만히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긴토키는 자신의 하얀 유카타를 위에 씌워 비를 가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맙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짓고선 말했다.
"유키는......그녀는 그 어린 날의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한걸까.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그녀의 마지막 표정이 기억나지 않아."
분명 슬픈 표정이었다.
기억나지 않는 다는 말은 그 표정의 의미를 모른다는 말.
긴토키는 그 말을 멍하니 듣고있다가
그녀에게 하얀 유카타를 두른 채 그대로 업히라고 말했다.
"업혀. 돌아가자며." -긴토키
"응.........가야지."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그의 등에 업혔다.
업힌다기 보다는 그대로 축 쳐져선 멍하니 있을 뿐이었지만서도.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그 눈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함께 검은 대지에 스며들었다.
비가 오면서 구름이 점점 줄어들고, 달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긴상, 어디갔다 오시는거에요?" -신파치
"신파치, 눈치 없는 놈은 가만히 있어라, 해." -카구라
둘의 말에 긴토키는 살짝 웃으며 자신의 등에
업혀있는 그녀를 힐끔보고는 말했다.
"장모님한테 인사드리고 왔다, 임마." -긴토키
"그건 또 뭔소리래요." -신파치
달이 밝다. 빗줄기도 점점 가늘어져간다.
그 가느다란 빗줄기를 타고서 달빛이 흘러 반짝인다.
푸른 달아래 남아서 대지에서 그것을 향해 손을 뻗고 갈망하던 그림자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하늘에 달에 이별을 고한다.
그림자와 닮은 검은 나비가 되어
저 은빛 달과 닮은 은색의 나비 주위를 맴돈다.
미뤄왔던 인연의 끝을 알리듯이 비는 시원하게 내렸고,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