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쳇." -신스케

꿈이라고는 할 수 없을만큼, 더럽게 현실같은 꿈을.

"아무런 힘도 되어줄 수 없는 막부의 개 주제에....." -신스케

에도는 불바다로 변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귀병대와 하루사메의 배.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불타 어두운 밤하늘 아래의
대지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렇게 붉게 물든 대지에 서있는 것은 한심한 백야차와
썩어빠진 막부의 개자식들.
그리고 검을 들고 있는 나.

"그 녀석 때문에 너희를 살려뒀지만," -신스케

하지만, 이 대지에 더 이상 너는 서있지 않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겠군." -신스케

내 뒤에 곤히 잠들어 있는 너는 대답이 없다.
보아라, (-). 네가 그렇게 아끼고 지키던 것들은
너의 목을 노리는 검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렇게 이 세상이 썩었다고 말했잖나.
너 하나 지키지 못할 녀석들 따위.
고작 막부따위에 너를 잃을 녀석들 따위, 왜 그렇게 감쌌던거냐.
몇 번이고 물어도 더 이상 대답을 들을 수 없어.
쇼요선생님도 너도 전부 잃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멀쩡히 살아있다.

왜?

눈 앞이 붉게 물든다.
붉은 피로 물든 내 손을 옷에 닦아낸 뒤,
그 녀석들의 시체를 등지고서 주저앉아 너를 안는다.

차갑다.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

지금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 -신스케

내 심장에 박혀버린 너의 검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일까,
아니면 이 눈물일까.



* * *



"윽........." -신스케

잠에서 깼을 땐,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새벽인가. 그렇게 혼자 멍하니 있다가
아까의 꿈에 이를 으득 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문 앞에 있는 여인의 그림자에 무심코 내뱉었다.

".........(-)?" -신스케

하지만 이내,

"저예요, 신스케 님." -마타코

그것이 부하라는 걸 깨닫고서 혀를 찼다.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그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술, 가져와라." -신스케

환영이라도 좋으니, 널 봐야겠다.


.....지금 당장.

떨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