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형씨 혼자 싸우는거 같은데요." -소고
그 말에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으득 갈며 주먹을 쥐는 그녀다.
"바보같은 녀석........
혼자서 이기긴 좀 벅찰텐데....."
그렇게 부러져 걷지도 못하는 자신의 발목을 보며 혀를 차던 그녀는
이내 소고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이, 소고. 그거......"
"아, 이거요?" -소고
아깐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그의 등에는 바주카하나가 매어져있었다.
그걸 잠시 보던 그녀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소고. 그거 내려놓고 너도 내려가서 도와줘."
"그러다가 혼자 넘어지면 못 일어납니다-
그리고, 전 누님을 지켜야할 의무기 있단 말입니다." -소고
"됐으니까 어서.
저 영감 아주 센 건 아닌데 빠르단 말야."
소고는 한숨쉬더니
대신 나중에 히지카타 죽이는 걸 도와달라며 검을 들고
바주카는 내려놓고서 갑판으로 내려갔다.
전망대의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그녀는 짧게 숨을 뱉어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팔 말고
다리를 분질러버렸어야 했어. 실수했군, 카무이.'
그녀는 혀를 차다가 옆에 있는 바주카를 보며 다시금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욱신거리는 발목의 통증도 무시한 채
다친 다리는 바닥에 꿇어 지탱하고
다른 다리를 세워 앉아 그대로 바주카를 들었다.
"어디.....이렇게 쓰는건가?"
발목의 통증에 처음엔 휘청였지만
이내 자세를 잡고서 갑판 아래를 향해 겨누었다.
긴토키와 타이치가 싸우고있다. 긴토키가 맞지 않도록 조준해야한다.
'그래서 소고를 보낸거지.'
소고를 보내면 타이치와 긴토키가 조금 떨어지게 만들 것이다.
소고는 이미 눈치챈 듯 했으니까.
게다가 쿠로족은 불에 약하다.
아무리 타이치라도 바주카의 화력이면 어느정도는 상처를 입겠지.
'지금!'
방아쇠가 당겨짐과 동시에 귀에 굉음이 울려퍼지며 갑판에 폭발음도 울려퍼졌다.
타이치를 정통으로 맞추진 못했지만 맞긴 맞았으니 타격이 있었겠지.
"저 돌연변이 자식이........!" -타이치
타이치가 전망대 쪽을 사납게 째려보며
입가에서 검은피를 토해내자 그곳에 있던 그녀는
힘이 부침에도 불구하고 씨익 웃어보였다.
'기회다. 이대로 한 방 더.......'
그렇게 긴토키가 우세해지자 그녀는 웃으며 다시 바주카를 장전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째선지 바주카를 짊어맨 어깨가 가벼웠다.
"꽤나 재밌는 장난감을 갖고있잖아- 너." -카무이
순간 섬뜩하게 소름이 돋는 몸.
그리고 바주카를 보니 뒷부분이 찌그러져선 바닥에 나뒹굴고있었다.
조금 떨리는 눈으로 뒤를 돌아
지금 그녀를 드리운 그림자의 위를 보았을땐....
"아직 다리도 성하지 않을텐데.
무리하다 죽어버리면 안되잖아?" -카무이
엄청난 살기를 저 미소속에 감추고서
옷깃에서 뚝뚝 떨어지는 선혈로
하늘에서 내려 쌓인 하얀 눈 위를 붉게 물들이는
남자가 있었다.
뒤의 벽에 기댄 채 앉아있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