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아아아.........."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안개가 자욱히 낀 어느 숲.
그곳에 정박해있는 커다란 배하나.
그리고 그 배의 뚫린 구멍에 있는 로프에 매달린 검정 물체.

'역시 높네........'

귀병대의 배 지하에서 나는 일주일내내 수갑을 찬 채로
계속 한쪽 벽만을 쳐댔다. 가장 약한 쪽을 일주일간 쳤더니
드디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났다.
역시 용병부족은 맞는 걸까.
침대시트와 이불을 찢어 묶어서만든 로프도 땅 아래까지 닿진 않았다.

'이대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되려나......?'

아주 높진 않았다. 로프 끝 쯤에 다다르니
안개사이로 희끗하고 잔디가 보였다.
게다가 이슬때문에 생긴 안개가
나를 적절히 가려주어 왠만하면 들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한 1, 2층 높이......어떡할까?'

떨어지면 다리 하나쯤 부러지려나....
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리다가
계속되는 고민이 싫어져 까짓거 죽겠어? 라는 심리로 우선
탈출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귀병대에 뺏겨 창고에 있는 검은
어쩔 수 없이 우선 탈출하고 되찾는 수밖에-
라고 마지막으로 말하며 뛰어내렸다.

'흐미.........!'

이.... 이러다 뇌진탕 오는거아냐?!
떨어질 때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웅크린채 눈을 감았다.
겉으로는 들키지 않으려고 잠자코 있었지만
속으로는 불안해 미칠지경이었다.

그렇게 불안과 환희를 동시에 가지고서 아래로 점점 내려가던 그 때,
무언가가 허리를 낚아채는 듯한 묵직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눈을 뜨자 어느새 내 몸은 붕떠있었고, 그 위에선......

"와~ 또 탈출놀이하는거야~?" -카무이

특유의 웃음을 띤 채 떨어지던 나를 그대로 받아 안아들고서
다시 내가 나온 구멍으로 올라온 카무이가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되찾아보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