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왜 말썽이야.....!"
얼른 연락을 해야하는데 무전기가 말썽이다.
좀 좋은 걸로 사서 쓸 것이지, 세금 받아서 어디에
(쳐)쓰는 거야 이 놈의 막부는!
그렇게 몇 번이고 손으로 탁탁 치자, 겨우 연결되었다.
"여기는 소고. 누님, 무슨 일이십니까?" -소고
"소고! 여기는 (-)! 지금 녀석을 쫓는 중이야!
사람이 많은 중심을 가로질러 뒤쪽으로 빠져나갈 생각인 모양이다!
그러니 그쪽에서 대기해!"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누님." -소고
"걱정마."
바로 무전을 끊은 뒤 녀석을 계속해서 쫓았다.
속도 덕에 금방 따라잡기는 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바로 잡기가 힘들다.
"잠시만요! 좀 비켜주세요!"
들리기는 개뿔. 오늘 높은 사람이 온댔었지.
그것 때문에 취재진들도 장난이 아니다.
대체 누구야! 얼른 안 따라가면 정말 놓친다고!
"윽...! 왜 이리 사람이....."
그래도 가운데에는 경호원들이 막으니 좀 비어있겠지.
어떻게든 그쪽까지만 가서 저쪽 파이프 위까지라도
가면 그대로 따라잡을 수 있다.
'.....모 아니면 도다.'
나는 그대로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쳐 파고들었다.
아무리 잘 피해도 한 두 번은 부딪혔지만,
이내 조금 트인 곳이 보였다.
가운데 있는 건 다름 아닌 하타 왕자.
그래서 더듬이였어? 하긴 티비로 본 적이 있었지.
"어이! 뭐냐!" -경호원
"현재 범인을 쫓는 중입니다! 사과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나는 경호원을 지나쳐 옆의 계단을 밟고 뛰어올라
그대로 벽면에 달린 파이프에 매달렸다.
이 정도면 튼튼하니 달려도 괜찮겠어.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터미널의 서쪽 출구로가는
녀석이 보이고 나에게 소리치는 하타 왕자가 보인다.
"뭐라는거지.... 죄송합니다! 범인부터 잡을게요!"
안들린다고. 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그대로 파이프위를 뛰다가
인파가 적은 곳에 이른 뒤에는 내려와서 달렸다.
저 녀석, 출구를 빠져나간 뒤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로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소고. 들려?"
"네, 누님. 잡으셨습니까?" -소고
"아니. 터미널 서쪽 출구에서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갔어.
오른쪽. 너 그쪽에 있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고
"너한테 달아놓은 GPS. 말도 없이 달았지만."
"와.... 언제 달아놓으신겁니까? 우선 제가 잡을 테니
누님은 계속 쫓아서 도망치지 않도록 막아주세요." -소고
"그래. 끊는다."
끊은 뒤, 나는 잠시 멈추고서 발목을 풀었다.
날도 더워서 지쳤어. 전성기 만큼의 속도는 무리지만,
그래도 그 녀석 바로 뒤까지 따라잡을 순 있겠지.
나는 그대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
그 자식, 찾았다.
그런데 소고도 함께 있고 손목에는 수갑이......
나는 그렇게 달리다가 그들 앞에 멈춰섰다.
소고는 수갑 열쇠를 챙기고선 나를 보고는 불렀다.
"아, 누님. 수고하셨습니다." -소고
"뭐야~ 벌써 잡은거야?"
내가 잡고 싶었지만 잡았으니 됐지, 뭐.
나는 그대로 쭈그려 앉아 소고의 발에 밟혀있는
녀석에게 한마디를 툭 던지듯 내뱉었다.
"흑영이란 이름, 어디서 들은거지?"
소고는 내 말에 바로 검을 뽑아 녀석의 목에 겨누었다.
내게 원한을 산 자라고 생각했던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아, 나는 소고에게 검을 넣으라고 말했다.
"양이전쟁 당시, 한 번 쯤은 들어보는 이름 중 하나였으니까.
여자였다는 소문이 무색해질만큼, 강하군." -양이지사
"칭찬은 칭찬이고, 공과 사는 구분할거니까 포기하셔.
소고. 저쪽에 지미 와있더라. 대충 넘기고 가자."
"지미 아니라니까요........" -야마자키
"어라? 벌써 왔니 지미?"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한숨이 더 길어진다.
생각보다 금방 왔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