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 말이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아 소고는 가슴 한 켠이 조금 시렸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을 잇는 그녀의 다음 한 마디에
시렸던 심장은 터질 듯 한 번 움찔거렸다.

"왜. 대체 왜.
왜 날 죽게 놔두지 못해 안달인걸까."

죽게 놔두지 못해 안달이라니. 그 말은 즉, 죽고싶다는 것.
그만큼 극단적으로 생각할만큼 이 잔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그래봤자 죽음이란 영원한 꿈과도 같아서.
절대 행복해질 수는 없어. 고통도, 괴로움도 없지만,
행복도, 희망도 없는 세계.
어느 쪽도 행복해질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도 겨우 웃고있던 그녀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전부 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이젠 다 싫다고.
이젠 내가 돌아갈 곳도 없는걸.... 돌아간다 해도 더 이상 모두를
지켜줄 자신이 없어......라고."

왜 굳이 지키려는 걸까. 어째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는 걸까.
자신이 위험해질지도 모르는데.
언제나 그렇게 빨리 울어버리고. 또 슬퍼하겠지, 나는.
그렇게 또 울고, 잊겠지. 그래. 차라리 이건 내 잘못인 걸로 해두자.
그녀는 웃고 있어도 그런 표정을 언제나 짓고 있었다.

"차라리 죽여줘.......
더 이상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면......"

너는 역시 잔인하구나. 아무런 감정없는 초점없는 눈으로,
탁해져버린 검은색 눈으로 나를 보며 서슴없이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
그 말들이 날카롭게 창이 되어선
내 심장을 꿰뚫는다. 그 상처로부터
나오는 이 액체를 뭐라고 하면 될까.
동정? 아니면 이제서야 알게 된 (-)의 모습?
뭐든 간에 이상하게 쓰리다.

'언제부터 이렇게..... (-)한테만.....' -소고

나는 왜 이리 비뚤어졌을까.
저렇게 모든 것을 버텨오는 (-)한테 또 다시 상처를 준걸까.
미츠바 누님이 말했던 (-)의 진짜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고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만두자. 부탁이니까 그만두자.
그냥 죽이는 거면 몰라도 이건 달라.
지키려고하는 것에 살해당하는 건, 무게가 달라.
그렇게 나를 몰아세우고, 다시 돌아가봤자 저번처럼
죽임당할지도 몰라. 나는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에
살해당하는 무게를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이내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울지 않던 그녀였다.
마치 형과도 같은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소고는 그런 그녀를 보고서는 후회했다.
진작에 물어볼걸. 조금만 솔직해져서 다가갔더라면.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죽여달라고.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

지금부터라도 바꾸지, 않으면.

"아냐!!" -소고

소고의 외침에 그녀는 흠칫하며 눈물을 그쳤다.
아아, 제발. 부탁이야. 언제까지 넌 너 자신을 고립시킬 거야.
어떤 모진 말을 하던 참아줄게. 하지만 제발 날 그렇게 부르지마.
난 동시에 너의 가족이기도 하니까. 머리에서 유리가 깨지는 것 같아.

"너도..... (-)도 우리 가족이야!!"

정말로 네가 죽길 원한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순 없을거야.
하지만 이건 너에게 그만큼 우리들이
가족으로서 대해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소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앉아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팔을 끌어당겼다.

"이제 돌아올 곳이 있잖아!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잖아!" -소고

이제 확실히 선을 그어줄게. 더 이상 방황하지 않도록 확실히 잡아줄게.
너와 너무나 닮은 그림자 속에 네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젠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동시에. 눈물도 소리없이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