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런 것이었습니까. 당신이 말했던 것이.
「그럼 맞바꿀 대상이 너라면?」노을이 거의 먹혀들어갈 무렵.
초조한 마음으로 도착한 벚꽃공원은 이미 검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검은 연기가 되어 서서히
흩날리는 당신. (-) 누님 당신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약하지 않아도 몇 번이나 말해왔건만.
정작 당신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 뜻 하나 헤아리지 못했다.
왜. 왜 고작 그 선택지 뿐이었던겁니까.
당신을 위해 나를 바꿀 수는 없는겁니까.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은 바꾸면서,
그토록 자신이 구해지는 선택지는 배제하는 이유가 뭡니까.
".....바꿀지도." -소고"그래. 그런거야."나는 당신도 구하고, 나도 곁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때 누님은 그렇게 대답하셨던겁니까.
그 때의 말의 의미는 누님이 구해진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자신을 버리고 우리를 살게하려는 이유.
단순히 지키겠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대체. 우리와 같은 곳을. 다른 시선으로. 어째서.
지금의 당신은 우리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나요. 대체.
"때가 되면 너도 날 이해할 수 있을거야."아직 이해 못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해시켜주세요.
지금 떠나지 말고 이해시켜주세요.
평생 이해못하고 바보소리 들어도 좋으니 그 때까지 곁에 있어주세요.
수명을 써서라도 지키고 싶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눈으로 우릴 보며 울고있을 수는 없는거란 말입니다.
"아아, 어디 좀 갈 데가 있어서."간다고만 했지, 갔다와야한다는 말은.
돌아오겠다는 말은 없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검은 연기가 되어 서서히 흩어져가는 당신의 미소는
이제서야 진정으로, 진심을 담아 빛나고 있었다.
이제 됬다는 것처럼. 이제 끝났다는 것처럼.
후회하기보다는 다행이라는 미소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후회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고 있었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십니까?" -소고"....좀 멀어서. 준비할게 많아."같이 준비하면 되었던거잖습니까.
미리 말해주셨다면 적어도 이렇게 헤어지진 않았을텐데.
집착으로 변해 자신을 잡을까 두려우셨습니까?
아니면 떠날 때 더욱 후회하게 될까봐 일부러 피하신겁니까?
그리고 제가 화나는 건 이것때문이 아닙니다.
......아까 보고도 모른척해줘서 고마워, 소고.그 때 당신을 잡지 않은 내게 화가 나있는 겁니다.
후회라는 것은 이렇게나 부질없다.
어린 시절 괜한 반항으로 당신을 혼자 둔 것.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픈 당신을 두고 에도로 떠난 것.
한참에서야 찾은 당신에게 또 다시 실수한 것.
우리를 위해 희생한 당신을 더 빨리 찾지 못한 것.
그리고, 그 미소와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고.
"(-) 누님.......!!"
이미 흩어져버려 밤에 먹혀버린 당신에게
이제서야 손을 뻗는 것.
이것들말고도 후회되는 수십가지의 것들이 내 머리를 뒤흔든다.
이미 어두워져버린 하늘에, 당신을 찾을 수 없다.
검었지만 확실히 빛나고 있는 당신이었는데.
이젠 빛마저 사라지고 흔적조차 밤에 먹혀 보이지 않는다.
사라져간다.
바닥에 남은 벚꽃잎따위, 이젠 중요하지 않게되었다.
「대체 언제쯤 우리도 행복한 결말을 맺어볼까요.
적어도 길을 잃지는 않는다던가 그럼 좋겠지만.」
「너는 대체 행복한 결말이 뭐라고 생각하는거야?」알고있다.
예전에 당신을 두고오기 전, 내 말에 당신은 질문했다.
그 질문의 답을 당신은 스스로 했었지만,
알고있다.
역시. 그 답을 이제서야 맞추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덜 후회했을까. 지금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