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인근 항구. 가득히, 그리고 빼곡히 쌓여있는 컨테이너들과
어느덧 칠흑으로 뒤덮힌 밤의 하늘과 바다.
그 칠흑의 틈에 숨어있는 한 배. 귀병대의 배였다.

"후우........."

숨을 가쁘게 쉬며 배 안의 복도를 마구 달리는
검은색 유카타와 검을 지닌채 하얀 바지를 입은
평범해보이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한 여자.

"어디냐......타카스기.......!!"

아무래도 지금은 아직 하루사메는 오지 않은 듯 했다.
하루사메가 오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끝내고서
히지카타를 구출하고 해결사로 돌아가려 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그녀의 귓전에 목소리가 와닿았다.

"그렇게 부숴대면 문이 남아나지 않겠소이다." -반사이

"넌.........!"

저쪽 끝 복도에서 그녀를 향해 말하는 반사이.
그녀는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서 빠르게 달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쐐액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동시에 둘의 검이 맞부딫히는
금속과 금속끼리의 마찰음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끼긱거리며 맞대고 있는 검.
검은 칼날과 그저 금속인 칼날. 어느게 먼저 부숴질지는 뻔했다.

"타카스기, 그리고 너희들이 데려간 막부의 개 하나는 어딨나."

"................" -반사이

반사이가 아무말없이
그녀의 검만 받아내고 있자 그녀는 순간 인상을 무섭게 썼다.

"당장 말하는게 좋을거다.
난 지금 네 변명을 들어줄 정도로 자비롭지 않아."

반사이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검에서 힘을 조금 빼었다.
그러자 그녀도 다시 검을 검집에 넣었다.

".......따라오시오." -반사이

그녀는 잠자코 반사이의 뒤를 따라갔다. 윗층에 있는 걸까.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들리는 나무 계단의 삐걱이는 소리가
너무나도 오싹하게 들릴만큼,
그녀는 한순간도 살기를 거두지 않고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긴가.'

반사이는 어느 큰 방 하나 앞에 멈춰섰다.
이 문 너머에 그가 있다. 타카스기 신스케. 그가.
그리고 히지카타 토시로. 그 자도.
이 문 너머에 그가 있다는 생각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그녀는 문을 세게 열어젖혔다.
드르륵-, 탁. 소리가 울려퍼지자 동시에 익숙한 담배 냄새가 몸을 휘감았다.

대지는 노을빛으로 물들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