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녀로 시선을 끈 뒤, 지체말고 한 번에 벤다.'

드르륵하고 문이 열렸다.
그 소리가 칼날과도 같이 날카롭게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들어갔을 땐, 누군가의 앞에 여자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있었다.
어지간히 눈에 차지 않았던건지
그 자는 계속해서 '다음' 이라고만 외쳤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 에로영감처럼
여자같은 것에 관심없어-" -카무이

약간 앳된 소년같은 목소리. 익숙한 억양과 말투.
그녀는 맨 뒷줄에 선 채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그게 누군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시. 여기서 큰 놈이면 타카스기 아니면 너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기에 도망치지 않고 온 것이다.
아무리 카무이라도, 전력을 다하는
그녀와 싸운다면 아주 무사하지는 못하겠지.
이렇게나마 주요전력을 줄여놓는 것이, 지금의 그녀로썬 최선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줄이 줄어들때마다
끼익거리며 울리는 바닥의 소리.
그 소리가 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 같아서.
지금 자신의 표정이 전쟁 때의 감정없는 잔혹한 표정이라는 걸
모른채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한다.
그녀의 바로 앞차례까지 다가오자,
심장은 마구 뛰어대고, 얼굴은 점점 차갑고 싸늘하게 식어만 갔다.

"에에~ 필요없다니까 그러네~" -카무이

상 앞에 앉아선 생글생글 웃고있는
그의 앞에 서선 고개를 푹 숙인 채 애써 살기를 감추었다.

"음? 너 잠깐만. 너 고개 좀 들어봐." -카무이

그녀는 그의 그 말에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천천히올려 그대로 올려 말은 머리에
끼워넣고 있던 비녀를 빼들었다.
길고 날카롭게 생긴 비녀는, 마치 비수와도 같았고
그것을 그를 향해 내려찍었다.

"엣, 위험위험~" -카무이

카무이는 이미 그녀의 살기를 읽기라도 한 건지
그대로 그 비녀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 힘에 의해 비녀가 빠지지 않자
그녀는 칫하고 혀를 한 번 차고는 그대로 등뒤에 꽂아넣어두던 검을
검집채로 뽑아내 검집에서 검을 빼고서 기모노를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방안에 있는 모든 여자들과 간부들과
단원들에게 살기를 실어 째려보며 외쳤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다 나가! 당장!!!"

여자들은 살기에 겁먹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 뛰쳐나갔고,
몇몇 단원과 간부들은 나가지 않고 버티다가 그녀가 휘두르는 검에
다다미 위에 붉은 꽃을 피우며 쓰러져갔다.

"와~ 어떻게 나온거야?" -카무이

"그러게. 부하 교육 좀 잘 시키지 그랬어."

카무이는 아까의 연회보다는
지금 이 싸움이 더욱 즐겁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녀석들과 붉게 흩뿌려진 피를 보며 쿡쿡거렸다.
그녀는 긴장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맘에 들어? 내가 마련한 연회는."

"응. 아까의 연회보다 백 배는 더 즐거워." -카무이

카무이는 재미있네- 라며 능청맞게 웃고는
다시 손날을 세워 그녀의 위로 내리쳤다.
칼날과 맨손이 맞부딫히자 카무이의 손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힘에 검을 잡은 그녀의 손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명의 살기어린 미소에, 달마저 숨을 멈춘다.




[Main Story : 하얀 눈 위에 피어나는 꽃]
[To be continue......]


다른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