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Story : 대지는 노을빛으로 물들고 -의 관련 이야기 입니다]
"신스케 님.
반사이와 마타코가 성공했다고 합니다." -헨페이타
".....알겠다. 나가있어라." -신스케
방 안에 나 혼자 남은 뒤.
거리는 겨울 바람이 불고있다.
이 다다미방의 창가에 반 쯤 걸터앉아 언제나처럼 곰방대를 든다.
'이젠 이것도 익숙해졌군........' -신스케
예전에 양이전쟁 때부터 피던 것은 그 날 부수어버렸다.
그 이후로 썼던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래. 그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거겠지.
그리고 이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곧 있으면 이 에도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이제 곧..... 오랜시간 바래오던 숙원이 이루어지겠지.
막부의 개 하나를 붙잡아왔다. 그녀와 사이가 좋은 것 까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구하러오겠지.
보니까 테러 도중 폭탄하나가 그녀를 덮쳤고,
그것이 이 녀석이 막다가 이렇게 온 것이니까.
잠시 뒤. 반사이와 함께 그녀가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타카스기.........."
초조한 표정이다. 나를 보는 저 시선이, 예리하다.
하지만 애써 입가에 미소를 띠며 너를 맞이한다.
적어도, 웃는 표정으로 맞아줘야 나중에 널 볼 때도 다시 웃을 수 있겠지.
내일이라. 과연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녀가 이따금씩 전장에서 피를 뒤집어쓴 채 하던 그 말이.
어째서 지금 떠오르는 걸까.
사실은 이 말이 아니라, 그 동안 행복했냐고.
아니, 적어도 괜찮았냐고 묻고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또 다시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이 너무나 따갑다.
서슴없이 거친 말을 하는 너. 하지만 표정은.
적어도 눈은 그렇게 말하고있지 않다. 싸우기 싫은 괴로운 표정.
전장에서 한바탕 싸움이 끝나고 나면 짓던 그 표정에
역시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큭큭......아직도 변함없는 것 같군.
그 다섯 중에서, 적어도 우리 둘 만큼은." -신스케
"그럴지도. 하지만 넌 변한 것 같아.
타카스기 신스케."
변했다라.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아닌 너였는데.
"네가 그렇게 달려오는 걸 보면,
꽤나 사이가 좋아졌나봐? 막부의 개 따위와." -신스케
그런데 왜 저런 녀석을 친구로 삼는거냐.
너에게 내가 아직 친구라면.
나도 저런 막부의 개 따위와 동급이라는 말인가.
왠지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너는 살리고 싶다 말한다. 누구보다 전쟁에서 막부를 미워하고,
자신을 흑영으로 만든 녀석들을 증오하던 그녀가,
지금은 그런 막부의 개 따위를 살리고 싶다고 말한다.
언제 부터 이렇게 꼬였을까.
그러니 그 전에 부수겠다. 모든 것을. 그 때까지 너를 잠시 숨기겠다.
그 누구도 너를 죽이지 못하도록.
그 피바람부는 거리에 서서 또 다시 그 날의 흑영이 되어
검을 휘두르며 괴로워하지 않도록.
언제 이름까지 아는 사이가 된거지.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아무 감정없이 잠시 조용히 하게 하기 위해
그 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맺히는 눈물.
이대로 놓고싶다. 하지만 놓고싶지 않다.
널 괴롭게 하고싶지 않은 마음과
널 피바람이 부는 거리에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교차해 내 심장을 찔러 파고든다.
내가 손에서 힘을 빼고 내려놓자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연신 기침을 해대었다.
순간 이성이 돌아왔고, 눈을 지그시 한 번 감았다 떴다.
독해져라. 독해져야한다.
이제 더 이상 널 놓치지 않겠다.
설령 나의 다른 것들을 부수더라도 더 이상 놓지지 않겠다.
그렇기에 나는 존재한다.
부수기위해. 나는 부수기위해 존재하는 자.
나는 모든 것을 부술 뿐이다. 그 말 그대로 하는 것 뿐이다.
선생님, 그리고 너와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세계를........
그리고 언젠가는
나 자신마저 부수겠지.
그 때는 정말 죽으려나.
만약 그렇다면, 네가 와줬으면 좋겠다.
네가 모든 것을 알고서 나를 용서하는 그 때,
넌 그저 내 무덤 앞에 찾아와
하얀 국화한송이와 눈물을 올려주면 돼.
제발. 먼저 죽지 마라.
이것이.....그렇게 큰 바램일까?
아아. 갑자기
네 목소리가 듣고싶다.
지금의 그런 목소리가 아닌,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나에게
웃으며 어서오라고 인사해주는 너의 목소리가.
그 때는 왜 몰랐을까. 그 시간이 너무나 귀중하다는 것을.
알아챘어도, 이미 늦어버렸지만-
늦어버린 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