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에 닿은 뭔가 시원하고 차가운 느낌.
그리고 조금 뒤,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 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 그치만 이렇게 맑은데......." -긴토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니, 비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이었다.
하늘엔 해가 떠있는데, 구름도 없는데
하늘에서 물방울이 쏟아졌다.
하늘이 운다.
여우비에 관한 이야기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가지 이야기가 있다. 한 여우를 너무나도 사랑하던
하얀 구름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 여우가 사라져버려서 그 구름이 흘리던 눈물이 여우비라고.
그래서 가끔가다 그 여우가 잠깐 보이는 것 같아
해가 떠도 비가 내리는 거라고.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는 설이 가장 잘 알려져있지만.

'이거 뭐. 똑같은 상황인가.' -긴토키

검은색 여우가 사라지고 난 뒤. 애써 버티고 있던 은빛의 구름.
다시 검은 여우가 나타나자 그제서야 화창한 하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또 다시 사라져버리자
애매모호하게 울고 있을 뿐이다.
아까보다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그렇게 점점 걸음은 빨라져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뛰고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점점 다급해져만 갔다. 그는 계속해서 뛰었다.
혹시 혼자 어디서 또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던 그 때,
저쪽 공사장 한 켠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그는 잠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긴
무리다 싶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세상에....갑자기 위에서
파이프가 떨어질게 뭐람......" -행인1

"어머, 근데 피가....." -행인2

"괴물인가......?" -행인4

그 말에 긴토키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가운데에.
공사현장에서 떨어지던 쇠파이프를 보고서
밑에 있던 어린아이를 구하려다
다리가 조금 긁혀 피를 흘리는 그녀가 보였다.
아이는 무사한 듯 했다.
그녀도 그다지 많이 다치진 않았다.
출혈이 있긴 하지만 그녀의 회복력이면 하루면 전부 아물겠지.
결국 너는 또 몸을 던지는 구나.

"(-)!!" -긴토키

하지만 비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린건지
주저앉은채 일어나지 못했고,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서 검은피를 보고는 괴물이라느니,
이상한 사람이라느니 수군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조용히 떨고 있을 뿐이였다.
순간 긴토키는 전쟁시절의 장면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믿었던 동료에게 등을 베이고 들켰을 때의 그 장면이.
긴토키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긴토키

긴토키는 빠르게 자신이 걸치고 있던
하얀색 유카타를 벗어서
그녀에게 씌운 채 안아들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냅다 그자리를 떴다.
그녀는 그저 떨고있을 뿐이었다.
긴토키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가 인근 공원의
나무 아래로 가 그녀를 살짝 내려놓았다.
여우비라 빗줄기도 매우 가늘어서 나무정도면 비를 가려줄 수 있었다.

"어이! 정신차려! (-)!" -긴토키

그녀는 계속 떨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달싹여 작게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서 중얼거리다가
떨리는 손으로 긴토키의 멱살을 붙잡았다.
왜 이러냐고 묻고 싶었던 긴토키는,
잠시 뒤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에 그 말이 들어갔다.

"야.....이 바보긴토키가.....
왜...왜 이제 오는건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혀 위화감이 들지않는 힘으로
멱살을 쥐고서 그녀는 울고있었다. 그리고는 마구 소리쳐댔다.

"무서웠다고......!
비는 오는데 아이는 구하고싶지,
겨우 구했는데 다리 다쳐서 피가
조금 난 것 가지고 사람들은 수군대지,
빨리 벗어나야하는데 비에 젖어서
몸은 안움직이지.......!"
너무 무서워서 자존심 다 접고
너 불러댔는데 왜 안오냐고!!
야 이 나쁜자식아, 내가 화낸다고
진짜 화난 건 줄 알아?!"

그녀는 그러더니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
긴토키는 취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울어대는 그녀를 처음봐서
적잖게 당황했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계속 그녀를 앞에 두고 멍하니 있었다.

"내가 말 안한 이유는 가면 알거야......
이젠 니 맘대로 해라, 짜샤!
알아서 하라고 이 나쁜자식아아....
......."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나쁜자식이라는게 아니라,
이제라도 와줘서 고맙다고.
나도 아직 너를 놓고싶지 않다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우비가 그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이, 미안하다니까...그만 울라고...." -긴토키

"몰라! 울 거야! 이씨......."

긴토키는 그대로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안긴채 마구 울어댔고, 긴토키는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나
비 때문에 비틀거리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이....이거 내려놔!"

"네, 네, 가만히 있으세요." -긴토키

"굳이 이렇게 안아서 들고 갈 필요 없거든?!"

다시금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걸 확인하고나서야
긴토키는 어느정도 안심이 된 건지 피식 웃어보였다.
그녀는 처음엔 얼굴이 빨개진 채 븨럭 화를 냈지만
물에 젖어 힘이 빠진 건지 이내 그에게 안긴채
잠들어버렸다.

"하여간.........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
츤데레입니까, 요녀석아."

비를 무서워하는 그녀는 지금 그에게 안겨 자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여우비도 거의 그쳐갔다.
새하얗게 침체된 태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긴토키도 알고 있다.
그녀도, 자신도 누구 한쪽이 없으면
그저 강한 척하는 누군가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땅으로 내려온 은빛 구름은
검은 여우를 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다.

가늘게 내리던 비가 서서히 그쳐감에 따라,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흘렀다.


[미뤄왔던 인연에, 마지막 눈물을]
[To be continue.......]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