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했다.
하늘은 잿빛으로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착륙한 인근의 마을은 불에 타버린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
검은색의 땅위에 살아있는 것이라곤 지금 막 도착한 이들 뿐이었다.
식물도, 풀 한포기도 없고
그저 하늘도 잿빛, 대지도 검은빛으로 모든것이 칙칙했다.
"많이 힘들어?"
그녀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지구에 비해 몇 배는 강력한 중력에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이 정도는....." -긴토키
"괜찮은 놈이 그렇게 헉헉거리냐.
하여간 긴토키, 자존심 좀 죽여."
"긴상한테서 깡다구랑 자존심 빼면 뭐가 남나요." -신파치
"그건 그런가."
"어이-!!" -긴토키
그녀는 하늘을 스윽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밤인 듯 했다.
구름사이로 희끗보인 달빛.
그녀는 잠시 재가 되어 타버린 집들을
물끄러미 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타츠마에게 말했다.
"광산은 저쪽이야.
그리고 중력 때문에 걷기 힘드니까
내가 나르는거 도와줄게."
"오, 고맙네." -타츠마
남들은 그냥 걷기도 힘들어하는데 그녀는 잘만 뛰어다녔다.
긴토키는 그제서야 그녀가 왜 그렇게 빠른 스피드를 가졌는지
제대로 알 수있었다. 랄까, 설명할 때 졸았으니 지금 알만도 하지만.
"긴쨩....히....힘들다 해......" -카구라
카구라가 힘들다며 그대로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확실히 힘들기는 했다.
중력이 늘어났다는 건 몸무게가 몇 배나 늘어난 것과도 같으니까.
야토라도 이런 중력은 처음이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여간 바보 같으니.' -긴토키
어째서 저러는 걸까.
그녀가 여기에 온 다른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도와준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진실이라는 것을 마주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진실이란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발을 내딛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알잖냐.' -긴토키
긴토키는 저 잿빛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파도란 그런 것이다.
파도의 아픔을 견뎌야만 물이 흐르고 순환을 하듯이,
지금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순환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무리였던 걸까.
왜냐하면, 너무나도 많은 파도와 해일에 부딪혀
조금만 더 부딪혔다간 그대로 유리처럼 산산조각 날 것 같으니까.
그녀는, 유리와 같은 검이다.
어쩔때는 날카롭게, 강하게 보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진짜 모습은 그저 한없이 여린 한 여자에 불과하다.
"뭐야~ 다들 그정도도 못 버텨?"
어느새 그녀가 안내를 마치고 돌아와선
녹초가 되어있는 세사람을 보며 푸핫하고 짧게 웃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이곳은 용병으로써 필요한 조건을 강제적으로 기르는 수용소와 마찬가지다.
그런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는 것은,
괴물과도 같다는 뜻이 되므로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설마.........' -긴토키
긴토키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곳에 오기를 꺼려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이 괴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일이나 다름없기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타츠마가 옮기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이틀 뒤에 출발한데."
"그러냐........" -긴토키
녹초가 된 해결사 셋을 보며 그녀는 혀를 차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근처에 원석을 나르려고
가져다둔 큰 손수레 하나를 가져와선 거기에 그 셋을 태웠다.
"어...어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랍니까?" -긴토키
"오랜만에 고향구경 할려는데 혼자는 적적하잖냐~
니들 걷는거 힘들어하니까 내가 끌면 돼. 애초에 나, 힘 쎄고."
"됐거든. 차라리 같이 걸어." -긴토키
긴토키와 신파치는 손수레에서 내렸다.
하지만 카구라는 타고 싶은 건지 내리질 않았다.
긴토키가 반강제로 끌어내려 그제서야 내렸다.
그러자 다시금 강력한 중력이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괜찮겠어? 중간에 힘들면 돌아가."
"괜찮다, 해! 이 정도쯤이야, 에헴!" -카구라
그렇게 말하면서 힘든건지 땀을 뻘뻘흘리는 카구라를 보고
그녀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쿡하고 웃었다.
"그래. 딱히 볼 건 없지만, 심심하면 따라와."
모든 것이 검은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는건
잿빛 하늘과 그 하늘에 가려진 달빛.
그리고 수십년만에 이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뿐이다.
심지어 그녀조차도 이 검은 세계에 물들어 찾을 수가 없다.
지금의 그녀는 마치,
하늘에 떠있는 달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와도 같아보였다.
[미뤄왔던 인연에, 마지막 눈물을]
[To be continued.......]
녹아버릴 것 만 같아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