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어이, 같이 좀 가자고." -긴토키

"시끄러, 이 바보자식아.
하여간 긴토키 ..........에휴."

긴토키는 평소와 같은 풀린 눈으로 그녀의 옆에서 걸었고,
그녀는 이내 체념한 듯 한숨을 내뱉고서 걷기 시작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

계속 삐져있던 그녀가
긴토키에게 툭하고 던지듯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긴토키는 이제야 말할 마음이 생긴건가 싶어 그녀의 뒷모습을 보곤
잠시 안심했지만,

"이번에 싸워서 헤어지면.....
그 땐 나,"

이내 계속 앞만 보고 걷다가 그제서야 고개를 뒤로 돌아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 다시 불안해졌다.
웃는 듯, 우는 듯 미묘하고도
복잡한 표정에 긴토키는 멍하니 있었다.

"진짜로 혼자가 되어버릴테니까."

혼자? 혼자는 무슨.
왜 그렇게 그녀를 혼자로 못만들어서 안달일까.
세상을 부수겠다던 신스케의 심정이 순간 이해되는 그였다.

"어이,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다른 녀석들도 많은데.
그리고 다른 녀석들이 널 죽이려 하는 것도 아닌데 말야." -긴토키

".......나도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어."

그녀는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을 하고서
이내 뒷통수에 두 손을 깍지껴 올리고서 다시 뒤로 돌아 앞장섰다.

"대신 긴토키가 하○다즈 사줘~"

"아앙? 그냥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왜 하필 하○다즈냐." -긴토키

"오타에 씨가 그게 제일 맛있다고 했으니까.
얼른 가자. 순찰마저 해야지."

점점 그녀는 멀어져갔다. 긴토키는 바로 달려서 쫓아갔다.
예전의 상황은 정반대였는데.
언제나 먼저 가버리던 은빛을 쫓는 검정색 그림자.
그게 그 둘이었다. 은빛의 그가 자신의 길을 가며
소중한 것들을 주워갈 때,
그림자는 그저 그가 남겨놓은 은빛 흔적만 볼 뿐
그 무엇도 줍지 못했고, 수많은 만남에서 엇갈렸다.

"(-), 잠깐........!" -긴토키

긴토키는 또 다시 그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랬기에
그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그녀의 팔을 세게 붙잡아 끌어당겼다.

"뭐....뭐야? 왜 그래?"

그녀가 당황하자 그제서야 긴토키도 정신이 들었는지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아.....미...미안.
얼른 가기나 하자고." -긴토키

"너 지금 나 한테 시비거는거야?"

얼마나 세게 쥔건지 손목에 자국이 조금 있었다.
아마 그 때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질 때도 이렇게 잡고 싶었겠지.
끝까지 잡아서, 다시는 엇갈리지 않게.

하지만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돌아와버렸다.

"아야야.....자국 생겼어....."

"미안........" -긴토키

"대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얼른 가자." -긴토키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든 간격.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그녀가 있다.
하지만 잡으면 잡을 수록 불안해져만간다. 잡고 있어도 잡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놓아버리면 그대로 하나의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흔적도 없이.

"하○다즈 사러가자~"

"오이오이, 그만 보채.
네가 한 두살 먹은 꼬맹이입니까-" -긴토키

"역시 긴토키는 귀차니즘......"

"어이, 너 방금 뭐라고?" -긴토키

"아무것도 아냐-"

누군가가 잡아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마치 그림자와도 같은 사람.
그런 그림자의 곁을 맴도는 은빛

그 사이에 노을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노을이 더 붉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