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다~"

식사가 끝나고 난 뒤 어느새 노을이 밤의 남색과 푸른색,
그리고 검정색에 먹히고 있었다.

"누님 여기봐라, 해! 어~엄청 예쁘다, 해!" -카구라

"으응......예쁘네......"

별빛과 얇은 그믐달의 빛이 하늘에 떠있는 배 아래의 큰 호수가 영롱하게 빛났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긴토키는 딱 보고 알아챘다. 저 녀석, 지금 물 위라서 불안한거구나. 하고.

"어이, 그렇게 무서우면 안에 들어가 있어." -긴토키

"누....누가 무섭데 이 바보가!"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면서 퍽이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난으로 난간 아래를 보는
그녀의 등을 살짝 툭하고 밀쳤다.
그러자 그녀는 기겁하면서 그를 때렸고 그도 아파서 기겁했다.

"하지마! 떨어져!"

"안 떨어져~ 아, 아, 야 잠깐만
진짜 아파......." -긴토키

그걸 보며 카구라는 사랑싸움 할거면 저리가서 하라고 했고
그 말에 둘은 카구라에게 아니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진짜.......
난 식당 안쪽에 들어가 있을테니까
뭔일 있으면 불러."

그녀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건지 갑판아래로 향했다.
긴토키가 거 봐- 라며 놀리자 다시 소리치며 화내고선 쏙 들어가버렸다.

"아까 올 때보다 훨씬 활기차네요." -신파치

"어. 충전시켜줬거든." -긴토키

"뭘 말하는거에요, 긴상?" -신파치

"알 거 없다~" -긴토키

겉으로는 평소랑 똑같이 풀린 표정으로 밤하늘을 보고 있지만
속으로는 내심 안심한 긴토키였다.
아까의 억지웃음보단 저렇게 솔직하게 화내고, 티격거리는게 나았으니까.

"오늘은 근처에 배가 좀 많네요." -오타에

여행객이나 다른 화물선, 아니면 또 다른 하늘배 식당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쪽에서 또 다른 배 몇 채가 오고 있었다.
밤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이 배 정도의 크기인걸봐선 식당인 듯 했다.

"그러게 말이다." -긴토키

어느새 카구라와 오타에는 배의 갑판 앞쪽에 있는
전망대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이리로 와보라는 카구라의 손짓에 긴토키는 귀찮아하며 그 쪽으로 갔다.

"뭔 일이냐, 꼬맹아." -긴토키

"긴쨩, 긴쨩, 여기 서보라 해." -카구라

카구라는 긴토키를 전망대 끝에 세웠다.
그리고선 억지로 그의 양팔을 옆으로 벌리게 하고선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

"타이타닉이다, 해!" -카구라

"반대잖아, 요녀석아!" -긴토키

긴토키는 팔을 내렸다.
카구라는 이건 연습이라면서 그녀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는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전망대 아래는 바로 물인지라
그녀가 꺼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카구라를 말렸다.

"하여간.
타이타닉 이라고 하니까
불안하잖아, 임마! 가라앉을라!" -긴토키

"긴상, 지금 태클 걸 곳이 거기입니까?" -신파치

그렇게 투덜대고 있던 그 때,
오타에가 조금 흠칫하더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식당배의 갑판 아랫쪽의 방이 조금 소란스러운 듯 했다.
긴토키는 술주정꾼이 있는거라면서 신경끄고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았다.

"응?" -긴토키

그러던 그 때, 그가 무엇을 보고선
멍하니 풀려있던 눈을 찌뿌렸다. 무언가를 주시하는 듯 했다.

"어이, 저거........" -긴토키

배였다. 아까 건너편에서 오던 이 배와 비슷한 크기의 배.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배의 정면으로 오고있었다.
옆으로 돌아서 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마치 박아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어이어이어이어이 저저저저저거!!" -긴토키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지는지 모르겠다.

"에에에에엑?!" -신파치

이 어이없는 상황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 배는 점점 가까이 오더니
이내 정면으로 이 배와 충돌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선체가 잠시 요동쳤고,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큭.....뭐....뭐야?!" -긴토키

그렇게 긴토키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치자, 그 배에서 여러사람이 우르르 내려
이 배의 갑판위로 넘어왔다.
잠시 뒤. 왠지 모르게 싸늘한 누군가의 발자국소리가 갑판위에 울려퍼졌다.

"나 참. 번거로운 야토같으니." -???

그리고 거기서 이쪽으로 온 어떤 40대 중년의 남성.
파여선 아예 없는데다가 가리지도 않은 오른쪽 눈.
어깨를 넘지 않는 짧검은 머리.
날카롭고 무표정인 눈매. 험상궂게 생긴 외모.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살기.
주위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선 가라앉았다.

"타이치님. 어떻게 할까요?" -천인1

"우선 이 배부터 뺏고 그 야토자식을 회수해간다." -타이치

그렇다. 그자의 이름은 우라기리 타이치.
그녀에게 있어서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자 더할나위 없는 원수.
긴토키는 확신했다. 그 녀석이다.
그녀가 이를 으득 갈며 얘기하던 그 녀석이다.

"음? 아직도 도망안간 사람이 있는건가. 배짱 하나는 두둑하군." -타이치

긴토키는 허리춤의 목도를 으스러질정도로 꽈악 쥔 채 가만히 서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고, 눈이 떨리며 치아와 치아가 부딪힌다.
범접할 수 없는 살기. 그녀와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싸늘하고 무뚝뚝한데다가 감정을 메말랐으면서 살기만은 충만했다.
긴토키는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을과 함께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