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카무이는 한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역시, 긍정이라는 거겠지.
어제 아부토에게 경로를 묻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자신의 생일이란 것을 알고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과거에 대한 생각정도는 가지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되어 조금은 안심했다.
그래서 카구라도 함께 데리고 나왔던거니까.
카무이의 미소도 침묵도 오늘만큼은 날 불안하게 만든다.
불꽃놀이에 이따금씩 비추어 보이는 그의 푸른 눈에
담긴 감정마저 읽을 수 없게 되어버렸어.
".....예전에 나도 그 곳에 간적이 있었어."
이럴 때는 나도 하나를 꺼낼 수 밖에 없나.
어차피 누군가에게 말해야한다면, 지금이 나아.
내가 말하자 카무이는 나와 눈을 마주했고,
나는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씨익 웃다가 불꽃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타이치를 따라 갔다가 호센을 그 때 처음 봤지."
너무나도 어렸던 그 때의 나는 그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타이치와 실력은 비슷했지만 힘만 놓고 따졌을 땐 그가 더 강했고,
중간에 날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바다돌이.
카무이와 카구라의 아버지였다.
그 때 부터 였을까. 그들을 이해하게된 것이.
"호센이 타이치를 몰아붙이던 도중 내 공격에 조금 상처입고서,
날 내던지며 하던 말이 있어."
그 말을 내 좌우명처럼 삼고서 살았다.
그래서 호센에게 복수하고 싶었는데.
설마 벌써 죽었을 줄 누가 알았겠다.
"그림자 같은 너희들의 불빛은 너무나 작아서 내겐 대항할 수 없다.
그러니 네 스스로 네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수 밖에는
나를 쓰러뜨리는 방법따윈 없다.....라고"
카무이가 예전에 호센에게서 들었던 말을 내게 할 때의
기분이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짐작해본다.
슬슬 불꽃놀이가 끝나간다. 점점 불꽃의 수도 줄어가고,
우리 뒤로 드리워 있던 그림자도 희미해져갔다.
"그래서 불꽃이란 불꽃이 전부 싫었는데....."
싫다고. 보고싶지 않다고. 그래서 모든 것을 피하면 안돼.
나의 말에서 그 의도를 알아챈건지 카무이는 내 손을 꽈악 잡아왔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불꽃을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나, 예쁘네."
불꽃처럼 한순간 사라질 인생이라면,
조금 더 화려하고
즐겁게 살아보는게 맞지 않을까.
너의 그런 애써 짓는 거짓 미소도 감출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