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다 와간다.
드디어 땅 좀 밟아보겠네. 그치 긴토키?"
"그래." -긴토키
그 이유를 물어봤다간 지금 자신을 보며 웃고있는
저 표정이 일순간에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저번처럼 또다시 울려버릴 것만 같아서.
긴토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의 말에 대답하며
희미하게 웃는 것 뿐.
"이제 여기서 어디로 가면되지?" -무츠
무츠의 질문에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선
조종실의 창 밖을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찾은 듯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아마 저 길로 가면 될 걸?"
그녀가 가리킨 손끝을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전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이내 모두가 외쳤다.
"미쳤어?!?!" -모두
그 이유인 즉슨, 그 손끝이 가리킨 것은
저쪽에 있는 커다란 구멍하나.
"아니? 나 지구 올 때도 저런거 봤어."
블랙홀(black hole).
들어가면 엄청난 중력에
짓눌려 그대로 한줌의 재로 만드는 구멍.
예를 들면 태양을 넣으면 태양을 점만하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저기로 들어가라고? 다들 표정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니거든요! 진짜면 지금 (-) 누나는
살아있지도 못해요!" -신파치
"신파치군, 인간은 노력이란 무기를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단다.
안경일지라도 너도 노력 쯤은 할 수 있을....."
"그럴싸하게 엉터리같은 말하지 마요!!
것보다 은근슬쩍 안경이라 했죠?! 분명 했다구요!!" -신파치
아무렇지 않게 '저게 무슨 문제라는 거지 이 닝겐들이?' 라는 표정으로
순진하게 말하는 그녀.
긴토키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물었다.
"어이어이 설마 이것 때문에 안 알려준거냐?" -긴토키
"아닌데? 근데 다들 왜 그래?
내말대로 가면 우리 행성 나온다니까?"
"미쳤냐!! 저길 들어갔다간
아무리 긴상이라도 납작 오징어라고?!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질거라고?!" -긴토키
"에에~ 그건 오버야."
"절대 아니거든!! 오히려 여유롭다, 너?!" -긴토키
그녀는 그러더니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다.
그 순간 긴토키는 떠올렸다.
그녀가 심각하게 있다가 어느순간 엉뚱하게 변하는 때를.
그리고 언제나 그럴 때마다 일어났던 일들을.
"자, 그럼 일단 렛츠 고!!"
그녀는 그러더니 그대로 커다란 키를 그쪽으로 돌렸다.
다른 사람들이 그 키를 붙잡아
막으려 해도 그녀의 힘을 막는건 무리였다.
"끼야아아아아아악!!!" -선내 사람들
잠시 뒤, 블랙홀 근처에 진입하자 중력때문에 배가 뒤틀렸다.
모두들 눈을 감고서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키를 돌릴 뿐이었다.
"아악! (-)! 긴상 아직 죽고싶지 않아악!!" -긴토키
"안 죽는다니까!"
"헤...헬프스 미! 119! 112! 아니,
117 이었던가?!" -긴토키
그렇게 긴토키의 말에 그녀가
'헬프 미 겠지'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묻혀가고
시끌시끌하던 그 때,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아갔다.
너무 슬퍼보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