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저녁이 다되어가는데다
구름이 많이 껴서 그런지 노을은 하늘에 드리우지 않았다.
그저 마루에 앉아있다가 소고가 심심하면 가끔 연습 상대를 해주고
가르쳐주는 것이 나의 오늘 하루 일과였다.
가끔씩은 스펙터클 해줘야하는데.

"그만그만, 소고.
연습도 좋지만 무리하는 것도 안좋다고."

"난 아직 더 할 수 있어." -소고

"니가 아니라 내가 힘들다고 요녀석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츠바가 앉아있는 마루로 가 옆에 앉았다.
하늘을 보니, 잿빛이다. 비가 오려나. 아직은 모르겠다.
왠만하면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하여간 소쨩도 참.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그러면
(-)도 힘들잖니." -미츠바

미츠바에 말에 금새 쪼르르 와선
마루에 걸터앉는 소고였다.
아직은 귀엽달까~

.......근데. 히지카타가 오늘은 안 오네. 심심한데.

"소고. 히지카타는?"

"글쎄?" -소고

히지카타가 저녁이 다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 맘때쯤이면 저녁 먹으러 와선 나랑 시비한판 붙는게 일상이었는데.
미츠바가 걱정하는 것을 측은하게 보던 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가 뭘하던 상관없어. 난 그저 미츠바의 걱정을 보고싶지 않은 것 뿐이야.

"미츠바는 여기있어. 몸도 안 좋은데 내가 갔다올게."

"괜찮겠어?" -미츠바

"걱정마. 혹시 모르니까 호신용으로 검도 가져갈테니."

솔직히 지금 나가는 것도 그렇고 가뜩이나 사이도 안 좋은 녀석을
구하러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게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사이가 안 좋긴 하지만 그나마 이곳에선 재밌게(?) 해주는
상대였기에 아주 꺼려한 것도 아니었다.

'뭐, 보나마나 또 저쪽 산사에서 연습 중이겠지만. 어차피 나한텐 못 이길텐데.'

그렇게 하품까지 하며 터덜터덜 산사까지 향했다.
나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비가 올지 안 올지 전혀 모를 날씨. 흐리긴 하지만 습기가 거의 없다.
아니 뭐 어쩌라는건데.

'.......아직은 무리겠지.'

절벽에서 떨어진 뒤에, 그리고 미츠바네와 함께
살게 된 뒤부터 나는 단 한 번도 누구도 진검을 맞댄 적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무언가를 휘두르려고 하면 그 날의 기억들이 떠올라
검을 휘두르려는 나의 손을 옭아맸다.
그 감각이, 싫었다. 미치도록.

"하여간, 히지카타는 왜 미츠바 걱정시키고 난리야, 난리가."

무표정으로 하염없이 걸었다.
이 때까지 내가 온 길도 그랬다.
언제나 괴로워도 괴롭지 않은 척,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하며 검을 휘둘러왔다.
흑영이라는 이름의 가면안에 살다가 바깥으로 나온 기분.
그래서 나는 더욱 지금 이 평화를
다시는 잃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맘에 들진 않는다해도
이 구성원 중 하나도 놓칠 수 없어.'

그렇게 산사에 다다랐을 쯤. 위쪽에서 시끌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히지카타가 연습 중인 줄 알고 나는 태연하게 산사 계단을 올라갔다.

"음?"

그리고 계단을 거의 올라갔을 때, 나는 아까의 여유로움이 표정에서 싹 사라져버렸다.

"어이, 일어나보라고 임마."

'누구?'

모여있는 무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무라이인 듯 했다.

"이 때까지 당한게 얼만데.
이번에는 수 좀 늘려서 왔지."

다른 도장의 어른들이 쓰러진 누군가를 앞에 두고서 킥킥거리는 장면이 보였다.
마치 복수라도 하러 온 듯한 풍경에 나는 그쪽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길 잃은 그.

"히지카타!!!"

납빛으로 또 다시 내려앉은 하늘은 햇빛을 가려버리고,
빛을 받지 못한 채 검은 그림자는 검을 쥔 손에 힘을 넣을 뿐이었다.

[Main Story : 행복을 만드는 자]
[To continued.....]


너무나도 괴로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