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자마자 대련은 왜? 피곤해- "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 너의 태도.
하지만 그 속이 얼마나 문드러져있는지.
죽음에 얼마나 썩어문드러져가고 있는지 난 알고있어, (-).
나에게 까지 거짓말을 할 셈이야?
내가 널 사냥감으로 본다는 걸 알면서도 왜 네가 날
걱정시킬까봐 불안해하는거야?
뭐가 됬던 간에 역시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 여겨주는거겠지.

"한 번이면 돼. 확인하고싶은게 있어서." -카무이

그러니, 나는 더욱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내가 직접 확인한 뒤에도 늦지 않다.
널 죽어가게 만든 것들을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고싶지만,
죽어가는 너에게 그런 건 보이고 싶지 않으니.
차라리 그럴 바엔 내가 죽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만큼,
너만큼이나 나도 병들어버렸다.
감정 실린 공격을 해보는게, 몇 년만인지.

"오늘따라 너무 진지한거 아냐?"

"응. 그러니까, 더 빨리하지 않으면...." -카무이

콰득하고 네 바로 옆의 벽에 우산이 꽂히자 벽에 금이가며 조금 무너져내렸다.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너의 눈빛이 바뀌었다.
역시. 그 눈빛만큼은 진짜다.

"죽여버린다?" -카무이

네가 왜 이러는지 대충 짐작은 간다는 얼굴이었다.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다는 듯 옅게 웃는다.
하지마. 약해보이는 그런 표정 짓지마.
아까와 같은 눈빛을 내게 다시 보여줘.
그렇게 정말로 너를 죽일 듯이 공격한다.
즐거웠다. 몸이 즐겁다 외치는데, 웃고있는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왜지? 왜야? 왜 즐거운데 눈물이 날 것 같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빠르게 손날로 베어내던 그 때,
팔을 베어내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아 멈추었다.
순간 일렁인 검은 연기에 그녀는 놀라며 팔을 붙잡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팔을 보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쥔다.

"역시......" -카무이

일순간의 틈도 주지 않고서 그대로 한 손으로 목을 옭아매어
뒤의 벽에 밀친 뒤 안에 가두어 섰다.
목이 졸리자 컥컥 거리는 너의 상처부근이 흐릿해져간다.
흐릿하게 일렁이는 검은 연기와, 뚝뚝 흘러내리는 피.
거기에 섞이는 또 다른 물방울 소리는 내 팔의 살을
파고드는 너의 손톱에 의한 나의 피일까, 아니면 착각의 눈물일까.

"......왜 그랬어." -카무이

괴로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는 네 모습마저 아름답다.
나로인해 흘리는 눈물이라면. 나로인해 죽는다면 괜찮아.
나도 너로인해 죽는다면 괜찮다는 생각을 했으니.
하지만 어째서, 너는 끝까지-

"왜 나약해빠진 것들을 위해, 죽어가는거야?" -카무이

네가 사랑해마지않는 것들을 부숴야 이쪽을 볼거야?
너를 위해 참았다. 네가 제 4사단 단장이 되어주지 않아도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내게 그 강함을 보여준다면 만족했다.
그런데 너는 왜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나에게는 지금 너라는 길 하나 밖에 안 보이는데.
내 길에는 그 무엇도 필요없다며 야왕에게 말한 나조차도
갈구하는 너는. 어째서.

"그럴 거라면 내가 전에 죽여줬을텐데, 왜?" -카무이

너는 달이여만한다. 너는 태양이 아닌 달이여야만 해.
나를 태우지 않고 밤에 빛나줄 너로서.
내가 비추지 못하는 곳을 늘 비춰주던 너였다.
난 태양빛따윈 원하지 않아. 그저, 달빛이면 충분해.
이 이상 날 태양빛에 태우지 말고 구해줘.
점점 손에 힘이 빠지자, 너는 내 팔을 붙잡은 채 잔기침을 뱉는다.
내가 널 지키고 싶다 생각한 것도 맞지만, 난 네가 두려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걸 가지고 있어 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건,
널 죽이겠다는 나의 말에도.

".....너의 책임을 대신하기 위해서."

가라앉은 슬픈 눈으로 나를 보는 너.
내 손으로라도.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