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 -긴토키

검은색의 피가, 등에 베인 상처로 부터 나왔다.
옷이 검정색이라 티는 나지 않았지만 녀석의 검에 묻은 그 색은, 선명했다.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머릿속에서 외친다. 괴물이라고.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긴토키

"백야차를 포함해 귀신 신스케도, 광란의 귀공자 카츠라도 전부 알고 있었나보지?
저 검은 피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양이지사1

그 말에 더욱 술렁이기 시작한다. 천인이냐는 둥, 괴물이냐는 둥.
온갖 목소리가 한꺼번에 포화해 메아리쳤다.
싫어. 싫어. 왜 이렇게 되어버린거야.
왜 이렇게 되야만 하는건데. 나는 왜 이럴 수 밖에 없는데.

"보라고! 왜 흑영이 검은 옷만을 입는지,
그리고 그런 괴물같은 실력을 가지고서도
왜 눈에 띄는 선봉에는 가려하지 않는건지!" -양이지사1

웅성거리는 소리에 이젠 머릿속이 새하얘져간다.
모든 것이 이젠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아니다. 너희는 틀렸어. 내가 선봉에 서려하지 않은 것은,
눈에 띄기 싫어서도, 겁이 많아서도 아니다.

'답답해.........'

오늘, 비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에 무언가 걸린 듯 답답하다. 습기 때문이겠지.
내가 물에 약하다는 사실은, 세 명도 아직 알지 못한다.
당연하지. 알았다면 나를 데려오려 하지도 않았을테니까.
가뜩이나 답답해서 잘 쉬어지지 않는 숨이, 이제는 멈춰버릴 것만 같다.
울려대는 여러명의 목소리에 심장 고동이 미칠도록 빨라진다.

"천인이라는 건, 설마 스파이였다 이건가?!" -양이지사2

그만....... 제발 이제 그만.........

"역시. 어쩐지 저번 서쪽 구역 탈환 때 왜 이리 쉽게 발각되나 했네." -양이지사3

그만......부탁이야 머리가 아파....
제발 그만 말하란 말이야.......

"더러운 자식." -양이지사1

웅성거림 속에서 들려오는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예전에 타이치가 했던 말과 겹쳤다.

「더러운 돌연변이 같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그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나는 원래 내 목소리로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여자의 특유한 고음에 모두의 웅성거림이 멈추었다.
어느새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등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갔다.
그 상처가 아무는 광경에 모두가 다시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두 눈을 감고서 귀를 막은 채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보지마! 보지말란 말야!"

"(-)! 제발 진정해!" -긴토키

그리고는 눈물을 닦아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래! 난 천인이야! 그게 뭐 어때서!
너희는 몇 배나 잔인한 녀석들이야! 돌연변이인 나조차도, 너흴 혐오해!
난 천인이지만 같은 천인의 손에 모든 것을 잃었어!
그리고 이젠 같은 동료에게 버림받기 까지!
하! 웃기는군! 왜 그런 눈빛들을 하고 있는거지? 내가 천인인게 신기해?
아니면 여자였다는걸 알고나니 놀란거야?
왜들 그런 표정이야? 웃어! 웃으라구!
이런 더러운 천인 중에서도 돌연변이인 날, 맘껏 비웃어보라니깐?!"


이젠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웃고있는건지, 울고있는건지. 한 가지 알고있는 것은,
지금 저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그 때의 눈빛과 같다는 것.
괴물. 돌연변이인 나를 보고 두려워하고, 혐오하던 그 눈빛.

".......거 봐. 아무소리 못할 거면서."

나는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위는 고요해졌고,
나는 그 고요함에 찬물을 끼얹었다.

"진짜 한심한 녀석들은, 너희들이야."

나는 그렇게 흑영대를 이끌고서 후방 쪽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뒤쫓아오는 한 사람. 나와는 정반대의 색으로 빛나는 그.
검은 나와는 다르게 은빛으로, 새하얗게 빛나는 그가 내게 뛰어왔다.

"(-).....!" -긴토키

나는 그가 내게 뻗는 손을 표정의 변화하나 없이 쳐내었다.
모르겠어. 이젠 너의 그 따뜻함과 동정인지, 애정인지 모르겠어.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어서 네 자리로 돌아가."

"(-).........."

주먹을 꽉 쥐며 애써 울고 싶은 것을 참는다. 긴토키라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이런 나라도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희망마저 접어버리고서

"........미안. 먼저 갈게."

나는 다시 전장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하늘의 납빛 구름이, 더욱 무겁게 가라앉는다.
내 두 눈도 동시에 가라앉았다.

내 등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