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누님......" -소고
그 때의 맹세를 왜 잊고 있었을까.
아니, 잊지는 않았지만 왜 애매하게 자리잡았었을까.
다시 되찾은 당신을 앞에 두고서 몇 번이고 후회한다.
하지만 누님은 누님의 손을 잡고서 고개를 떨구는 나를 보고
옅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괜찮은게, 아닙니다.
고작 그 정도로 괜찮아질리가 없잖아요.
그 하얗던 피부에 잔뜩 보이는 검은 자국.
그 상처도. 그리고 잔뜩 질려버린 얼굴도.
안심시키려 미소짓지만,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잖아요.
그런데도 또 다른 것들을 지키려는거에요?
당신은 역시 내 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편이기도 합니다.
몸을 내던져 납득하게 만드는 그 방식을 전 이해못한다구요.
왜냐고 물으신다면 당신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결국은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짓는군요.
당신 눈에는. 지금의 당신과 똑같은 불안한 표정을 짓던
우리를 보아오던 당신의 눈에는 지금, 뭐가 보이죠?
나는 단 하나 밖에는 보이질 않아.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다시는... 다시는 누님을 잃지 않을테니까." -소고
이제는 내가 당신을 안심시켜줄 차례입니다.
나를 향한 그 검은 두 눈동자와,
그 눈을 마주하는 나의 붉은 눈동자.
그 눈에,
맹세를-
내가. 지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