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일며, 나뭇가지가 내 머리카락을 스친다.
볼을 툭툭치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꺾어버렸다.
벚꽃 나무 위에 걸터앉은 채 올려다본 하늘이, 붉다.
내 볼이 하얗다며 쿡쿡 찌르던 네 손가락이라면 몰라도,
저딴 나뭇가지까 건드리는 것조차 불쾌하다.
아까의 은발의 사무라이를 죽이고 싶은 것을 참았다.
흥미있는 사냥감이었지만, 그녀에 비하면 그리 즐겁진 않은.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녀가 바뀌었다 말한다.
아니. (-). 그녀는 바뀌지 않았어.
나약한 마음도, 내가 두려워하는 종류의 강함도,
그리고 바보같은 우리들을 지키려는 것까지도.
바뀐 것은 단 한 가지 뿐이다.

네가 진실 중 어느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도록 지킨, 바보같은 사무라이 하나.

"......하하." -카무이

작게, 탄식을 내뱉 듯 작게 내뱉은 웃음.
이 소리는 바람에 묻혀 닿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벚꽃 사이로 보인 이쪽을 보는 너의 희미한 미소에
나는 또, 그저 언제나처럼 미소지어보일 뿐.

".....역시 지구인은 약하구나. " -카무이

약하다. 한없이 약해.
그런데도 당신은 야왕을 이겼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당신은 그 이후에도 싸워올 수 있었겠지.
그러니 역시 지구인은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혼자는 한없이 약해. 그녀는 혼자여도 강하다.
당신들때문에 약해질 뿐이다.
그로인해 생긴 힘을 일시적일 뿐.
지킬 것이 사라지면 약해져버린다는 것을, 이틀 전 네가
말한 이야기로부터 확신을 했다.

"지키지 못하더라도, 나서게 하지는 말았어야지." -카무이

언제나 그래왔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지킬만큼 강하다.
그리고 다른 이도 지키고도 남을 만큼 강해.
하지만 나서게 되는 순간 상처를 입고 말아. 몸도, 마음도.

"다음번에 만날 땐." -카무이

서서히 검은연기로 흩어져가는 (-).
그런 네가 사라진뒤에도 나는 저 자들을 살려둘 수 있을까.
네가 가장 두려워하던 결말을, 내가 또다시 만들어도 되는걸까.
다음번에는 나는 그를 죽일지도 몰라, (-).

"......죽여버릴거야, 은발의 사무라이 형씨." -카무이

그러니 지키고 싶다면.
내게서 네가 남긴 것들을 지키고 싶다면.

"잠시 이별이야."

흐릿해져가는 그 눈물로 얼룩진 미소로.

"..........안녕."

그런 바보같은 인사는 그만두고.

제발.

"그리고 (-)." -카무이

가지마.

"제 4사단 단장 자리. 언제까지고 비워둘테니까." -카무이

나는 절대 제 4사단 단장 자리를 채우지 않을거야.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는 너만을 위한 자리이니까.
단순히 옆에 두기 위한 구실일 뿐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으니까.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대해준건 고마웠어." -카무이

나를 죽이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너는 그런 나 마저 이해해버린다.
이해하지마. 지금 당장 눈물이 나와버릴 것 같잖아.

".........나도."

나는 연기따위 한 적없어.
아무리 그 때의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앗으려했다 해도,
나는 진심이었어. 너에 대한 두려움도, 그것이 변질되어
내가 깨닫게 된 지킨다는 것의 의미도.
아아- 이번엔 내가 늦었다.
깨닫는게 너무 늦어서, 약속. 깨져버렸어.
네가 남긴 편지의 답장은, 천국으로 보내면 되려나.
이제 알겠다. 나는 너의 강함에만 이끌렸던 것이 아니었구나.

"........(-)." -카무이

손 사이로 스치는 벚꽃잎에 약간 묻어난 검은 색에
그제서야 웃는 미소에 눈물이 한 줄기 덧씌워진다.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밤이 되어 너의 흔적조차 찾을 수없다.


하지만 아직도 난 너를,


지금도,


그리고 분명,


".........이제 만족해....?" -카무이


앞으로도-



[늦은 뒤의 깨달음. 그리고 깨진 약속.]
[Fin]

내가 너를 바꿔버렸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