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침에 전부 이쪽을 보았다. 왜. 왜 저러고 있는거야.
그들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나를 스윽 보았다.

"뭐야. 아는 사이냐?" -??1

나는 히지카타를 한 번 흘끔 보았다. 상처가 꽤나 있다.
다들 진검을 들고 있고, 히지카타는 목검을 가지고 있었다.
바보가. 내가 왠만하면 검은 가지고 다니라고 말했는데.
나는 다시 시선을 녀석들에게로 향했다.

"뭐. 우리 도장의 문하생이거든."

"그곳에 너 같은 여자애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1

"시끄럽고. 것보다, 지금 뭐하는거야?"

"보면 모르나? 건방진 꼬마 혼내준다. 왜." -??2

그 말 한마디에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나는 아무말 없이 조용히 엄지손가락으로 칼을 뺐다.

"뭐. 우릴 베기라도 하시려고? 우린 20명은 족히 된다고." -??3

그 말에 나는 조금 망설였다. 수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과연. 다시 사람을 벨 수 있을까. 죽이지 않고 산 채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쓰러져있는 히지카타를 보니, 망설임이 사라졌다.

"아니."

나는 그대로 검을 뽑아들었다. 다짐했었다.
다시는 전쟁이 끝나고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상처입히지 않기로.
다시는 내 손으로 다른이를 괴롭게 하지 않겠다고.

"댁들 전부 족치려고."

지금 그 다짐이 깨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잃고싶지 않은 의지가 그 다짐을 이겼다.

'아아..........'

갑자기 예전에 어린 내가 실수로 화가 나서 힘조절을 못하고
친구 한 명을 때렸을 때,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잔잔한 바다처럼 파도치지 말고 그렇다고 무심해서는 안되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이따금씩 냉정해져야 하는 것.
하지만 깊은 곳의 따뜻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당신이 가야 할 길이자, 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저의 임무이자 사명입니다.」


'어째서 지금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걸까요, 선생님.'

이제서야. 오랜시간이 지난 이제서야 다시금 진검을 들었다.
진검의 무게를, 생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서 검집에 넣어두었던 것은
이 검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려던 각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왜 이제서야 깨달은 걸까.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이 녀석이랑 달라."

어째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누군가를 상처입혀야만 하는가.
어째서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인가.
하루에도 수백번 씩 생각한다. 어째서 신은 나에게 이런 힘을 이렇게 늦게 준 것일까.
차라리 이 모든 것을 깨닫기 전에 이 모든 것을 거두어갔으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 지키자고 다짐한 이상, 지켜내보이겠다고.

단, 이번엔 다르다. 지키는 것은 소중한 것 뿐만이 아닌,
자신의 영혼과 이 두려움마저도 모두 끌어안는 것.
나는 그제서야 쇼요선생이 했던 말들의 의미를 조금 알 듯 했다.

".....어이, 괜찮냐."

"시....끄러.
네 도움 따윈 필요없다.....고....." -히지카타

말하는 것 보니, 걷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닥치고 어떻게든 도장까지 가서 치료나 받아 이 자식아.
여긴 내가 처리해줄게."

"너........." -히지카타

히지카타는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지카타를 못가게 막으려 휘두르는 검을 막고서 나는 씨익 웃었다.
히지카타는 그렇게 내 옆을 지나치며 작게 말했다.

"다시 올 때까지 다치지나 마라." -히지카타

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고는 칼을 빼들었다.
그가 가고 난 뒤 나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며
슬픈 미소를 지어보였고,
이내 다시 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역시.......'

그가 뛰기 시작함과 동시에 희미한 물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아주 얇고 작은 물방울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의 칼끝을 적신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늘은 내 편이 아니다 이건가.'

갑자기 날씨가 변했다. 마치 비가 올 것 처럼
하늘은 모든 것을 삼킬 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괜찮아. 지는 일은 없어.

너희들이 날 믿는 한, 나는 지지 않아.
그래도.........

'다치지 말라는 그 약속은......'

못 지킬지도. 모르겠네.

날, 잊지 말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