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에, 푸른색이 만발한다.
길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봄.
꽃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서 얻은 것은,
결국 부질없는 이 목숨.
아니다. 내가 이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은 전부.....
그분을. 그리고 소중한 자들을.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였단 말이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쓸데없는 후회일 뿐이다.
내 옆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혀서.
도저히 아직은 떠날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꽂은 벌써 분분하게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가야할 때를 알고서, 지는 것이 꽃의 숙명. 모든 생명의 숙명.

그런데 나는 왜 이리도 제멋대로 인건지. 그 숙명에 거스른다.

그러니, 춤추어다오. 춤추어다오 꽃아.
흘러다오. 흘러다오 구름아.

내 눈에 흐르는 이 눈물이, 멈출 때까지.
울려퍼져라. 진혼가여.


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