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쪽이 이상하게 너무나 아프다. 아파. 아파.
나는 배를 움켜진 채 내검을 쥐고서 비틀거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뒷걸음질 쳤다. 움켜진 복부에서 검은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렇지. 내 피는 검정색. 그 어떠한 색도 섞이지 않은, 검정색이다.
근데. 이 상처는 뭐고 신스케의 손에 들린 검에 묻은 검은 피는 뭐지? 왜?
"어......째서......."
아아, 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이유를 모르겠어.
그 누구보다 믿었었다. 그 누구보다 믿고 기대며 적진사이에서 등 뒤를 맡겼었다.
그런 그가, 나를 찔렀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유도 없는데, 어째서?
"시....신스......."
하지만, 실제로 찔린 것은 이 마음-
"꺄악!"
계속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치던 나는,
발을 헛디뎌 절벽아래로 떨어졌다.
"큭......!!"
아슬아슬하게 한 손으로 절벽의 끝을 잡았고,
나머지 한 손에서는 검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그저 의문 뿐이었다.
왜지? 그가 나를 죽일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왜 나를 그저 내려다보는 거지?
왜 다시 손을 뻗어주지 않는거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신스케. 왜....!!
"신....스케.....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어째서.......!"
"말했잖아.
더 이상 여기엔 네가 지킬것이 없다고.
더 이상 그림자. 흑영은 없다고." -신스케
이를 악물고서 절벽 끝에 매달린 채 버텼다. 안돼. 발을 디딜 만한 것이 없어.
아래는 강이야. 떨어진다고 해도 살 수 있을지 없을지 가망이 없어.
"자....장난이지....?
응? 신스케........!"
그는 잠시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의 의미따위 알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이 모든게 장난이길 바랬다. 전부 용서할테니 제발
이 모든 것이 장난, 거짓이기를 바랬다.
애초부터 이게 장난이라는 것부터가 모순이었지만.
"제발.....장난이라고 말해줘.......!"
내 처절하고 간절한 외침과 눈물에 돌아오는 것은, 그저.
".....미안하지만,
이건 장난따위가 아니라 '현실'이다." -신스케
쓰디쓴 그의 한마디. 아파. 너무 아파.
상처는 벌써 낫고 있는데. 심장이 아파.
또다시 나는 버려지는거야? 또, 너도. 날 버리는거야? 왜?
이유라도 알면, 이렇게 까지 억울하진 않을텐데.
"아............."
이미 늦어버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동시에 눈에선 눈물이 빠져나왔다. 나는 손에 힘이 빠져 그대로 절벽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눈물로 인해 흐려진 시야로 신스케의 얼굴과 흩날리는 검은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꽃이 지듯이, 검은 핏방울이 흩날렸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다른 하나
"(-)-!!" -긴토키
그렇게 떨어져내리는 시야사이로 은발머리의 그가 보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긴토키였다.
어디서부터 본 걸까. 하지만.....
"위험해, 긴토키! 아래는 절벽이야! 강이라고!" -신스케
적어도, 신스케가 날 찌르는 것은 보지 않은 듯 하다.
아아, 신스케. 너 정말 잔인해. 잔인한 녀석이야.
그 단검을 어느새 어딘가로 치워버리고서, 뻔뻔하게. 그렇게.....!
그런데. 왜 난...... 나 바보인가봐. 그래도 널 아직도 믿고싶은건, 왤까?
"이거 놔, 타카스기!" -긴토키
"포기해! 이미 죽었다고!" -신스케
"닥쳐! (-)! (-)!!!" -긴토키
끝까지 날 잡아주려는 모습에 더욱 눈물이 났다.
하지만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무섭지만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한순간이라도,단 몇 초 뿐이더라도 더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니까.
'긴토키, 나 사실은.........'
그리고, 진실을 믿고 싶지 않았으니까.
'살고, 싶어.'
마지막 눈물이 흐름과 동시에 강물이 몸에 와닿았다.
숨이 점점 막혀오고, 이젠 눈물 대신 검은 연기가 내 시야를 가린다.
강으로 퍼지는 검은색의 혈액이,
마치 꽃이 퍼져나가는 듯 했다.
'신스케......어째서...........'
나는 끝내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사람이 지금 아름답고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꽃이 곧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처럼.
검은색 꽃 하나가 지금 이 자리에서 떨어져내린다.
너무나도 가혹해서 또한 아름다운 종말의 꽃.
더 이상 듣지 못하는 꽃을 위하여 들리지 않는 노래를,
들리지 않는 진혼가를 강물이 대신 선사했다.
'죽는..... 걸까........'
이미 져버린 꽃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Main Story : 낙화]
[Fin]
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