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헉..... 진드기 같은 놈들......"

겨우 떼어냈네..... 뛰면서 소고를 대신에 히지카타에게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니 몇 배로 힘들다.

"예전보다 체력이 약해지신건....?" -소고

"틀려, 임마! 너랑 맞춰서가려고 얼마나 속도를 늦췄는지 알아?"

나는 그 말을 내뱉고서 1초 뒤 후회했다.
그냥 가만히 있을걸. 저 자식 때문에 이런데도
소고 걱정을 해준다는 걸 말하다니, 바보냐 난!

"알고 있었어요." -소고

"뭐?! 너 진짜 자꾸 사람 괴롭힐래? 응?"

역시 이 녀석은 진성 S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 몰라. 그냥 의뢰비고 뭐고 간에 돌아갈래.
그 때 울리는 소고의 무전기.
히지카타인건지 소고의 욕과 히지카타의 화내는 소리가
기계음에 조금씩 섞여든다.
무전이 끊긴 뒤, 나는 소고에게 물었다.

"소고. 히지카타가 뭐래?"

"대장 녀석이 터미널로 간 모양입니다." -소고

"일반인들도 있다는 걸 이용해 숨은건가..... 비겁한 자식이구만."

"오늘 높으신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말이죠." -소고

"그래?"

"네. 그러니까 같이 가주세요 누님." -소고

"또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건데?"

이젠 나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아까 도망치지 말고 그대로 족칠걸.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시간을 잡아먹은 그 자식을 족치고
의뢰비나 두둑히 받아서 선풍기 한 대 더 장만해야지.
덤으로 아이스크림도 좀 사가자.

"천천히 가도 돼니까, 걸어갈까요?" -소고

"멀지도 않으니..... 그러지 뭐."

덥지만 그냥 걷는게 나을 것 같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평화로운 이 거리.
물건을 파는 모습에 옛날 생각이 나서 푸스스 웃었다.

'역시 생일선물은 이 일이 끝나고 나중에 저녁에 따로
찾아갈까나~'

살 만한게 있을까 싶어 소고 몰래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다.
히지카타나 곤도 씨나 다른 사람들, 아는거야 모르는거야.
어느 쪽이던간에 이런 일을 시켜서 나마저 휘말리게
한 죄는 갚게 해주겠어.

"사람이 은근 많네요." -소고

"그러게. 시장 같기도 하고,"

나는 그대로 소고의 손을 잡으며 그를 올려다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너랑 둘이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난다."

내 말에 큰 표정변화는 아니지만 조금 놀라는 그다.
확실히 지금은 키차이도 달라졌지만 말이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걸까.

"어렸을 땐 작았는데......"

"어렸을 땐 형 같았죠." -소고

".......어이."

꼭 이야기가 이어질려고 하면 끊어버리지.
이래서 도S는 상대하기 피곤해. 긴토키도 S 이긴 하지만
카구라와 신파치가 지원사격해주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 소고 상대는 무리.....

"이게 진짜..... 동생인 그대로만 자랄 것이지 ....."

"아- 아파요- (국어책읽기)" -소고

나는 폴짝 뛰어선 소고의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조금 거칠게 헝끌어뜨렸다.
몇 번 쓰다듬다가 터미널이 보이기 시작해 나는 먼저 앞질렀다.

"자! 가자, 뒷북으로 반항기 온 동생 씨!"

그렇게 생각없이 외치며 앞서걷자,
소고는 그런 나를 앞질러선 그대로 먼저 가버렸다.

"........그런 생각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네요." -소고

순간 보인 그의 표정이 굳은 것 같아서.

어딘가모르게 갑자기 거리가 생긴 것 같아서.

그 의아하고 조금은 무거운, 여름의 공기를 가로질러
그의 뒤를 쫓아갔다.

나 그냥 일반인 시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