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아직도 그 상태인가." -히지카타.
"그러게. 내가 불러도 나오질 않네. 어쩐담......." -미츠바
그 다음날 아침.
그녀는 방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았다.
미츠바가 걱정하는 말투로 말하며 방문을 보아도 별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러자 히지카타가 한숨쉬며 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말했다.
"내가 저럴 줄 알았다니까. 어이, 어쩔거요, 곤도씨." -히지카타
"글쎄. 화낼 거란 건 알았지만
저렇게 농성전까지 갈 줄은......" -곤도
사실 어제 일 때문이었다.
어제 곤도가 신센구미라는 경찰조직에 들어가 막부 일을 돕는 대신,
검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들고왔다.
하지만 에도로 가는 것은 도장 사람들 뿐.미츠바와 (-)는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실력하난 보증한다면서 정 안되면 남장이라도 할테니
미츠바와 자기도 데려가라 우겨댔다.
하지만 안되는 걸 알자 그대로 방에 들어가선 지금까지 저러고 있다.
"확 그냥 쳐들어가버려?!" -히지카타
참다못한 히지카타까 짜증을 내며 검을 빼들자
곤도와 미츠바가 그를 말렸다.
아무리 화나도 저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그렇게나 삐진 건가.
그런 그에게 소고가 조금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히지카타씨- 그렇게 무턱대고 하려 하니까 다혈질인거라구요-" -소고
"시끄러 임마! 그럼 어쩌라고!" -히지카타
까놓고 말해서, 싸움으로 저 농성전을 끝내는 건 무리였다.
가뜩이나 화난 상태에서 건들었다간 그대로 그녀의 칼등에 다져졌을테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나." -히지카타.
한숨을 쉬던 소고와 히지카타, 곤도는 각자 손 하나를 내밀었다.
"그럼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거다.
이긴 사람이 들어가는거야." -곤도
단순한 가위바위보인데도 세사람은 선뜻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저길 들어갔다간 생사를 보장할 수 없을테니까.
예전에 그녀가 히지카타와 싸웠을 때 진검을 들고와선 썰어버릴 기세로 화를 냈었다.
그걸 알기에, 셋 다 요지부동이었다.
"뜨.....뜸 들이지 말자고. 어이, 토시. 얼른 해." -곤도
"알았다고. 동시에 내는거다. 알겠냐, 소고." -히지카타
"알았다구요." -소고
"자, 그럼 하나....둘....!" -곤도
결과는 이러했다. 가위를 낸 사람이 둘. 바위를 낸 사람이 하나.
"내가 이겼군. 그럼 둘이 알아서 하쇼."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그대로 도장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런 그를 소고가 불러세웠고, 그는 짜증을 내며 왜냐고 되물었다.
"아니죠, 히지카타씨.
분명 '이긴' 사람이 들어가는 거였다구요." -소고
"하아?! 언제?" -히지카타
"정확히 지금 제 대사에서 8번째 전에 있던 대사에서요." -소고
"어이 뭐냐 그 말은. 아무튼, 내가 들어가야된다고?!" -히지카타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미츠바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그는 그대로 머릿속에 차가운물 한방울이 떨어진 듯 했다.
가뜩이나 첫만남 때문에 사이도 아주 좋지는 못했는데.
히지카타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그는 그녀의 방 앞으로 가선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나머지 세 사람이 옆 기둥 뒤에서 그를 응원(?) 했다.
"힘내세요!" -미츠바
"부탁한다, 토시!" - 곤도
"히지지타 죽어." -소고
"넌 뭐야 임마!" -히지카타
소고에게 화를 낸 뒤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고는 불안초조한 표정으로
문을살짝 옆으로 밀었다. 드르륵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섬뜩하게 느껴졌다.
"어...어이 (-). 자.....냐?" -히지카타
"..............."
그녀는 이불도 없이 바닥에 누운채 문을 등지고서 누워있었다.
아직도 삐진 걸까. 그는 들어갔다간 왠지 바로 검에 베일 것 같았지만
자꾸 뒤쪽에서 세 사람이 부추겨 들어갔다.
계속해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그는,
결국 또다시 소리를 쳐버렸다.
"사람이 부르면 좀 돌아보라고 임마!!" -히지카타
"................"
속이 마구 끓다못해 타들어가는 히지카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그대로 그녀에게 가서 쭈그려 앉아 옆으로 문과 등을 지고
누워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세 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은 못참아! 당장 일어나 이 자시....."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돌리고서 그대로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왜 그러십니까, 히지카타씨?" -소고
그는 아무말없이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
"어이, 이 녀석....상태가 이상해.....!" -히지카타
그 말에 다들 방으로 들어왔다. 상태가 이상했다.
그것도 아주많이. 몸은 불덩이 같았고 가빠오는 숨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검은피가 나도록 깨물고 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 -미츠바
미츠바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잔뜩 인상을 쓰고선
미츠바의 손을 쳐내었다.
"괜찮으니까, 손대지마......!!"
그녀는 무서운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문채 몸을 더 움츠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츠바는 쳐내지 않던 그녀가 이런건 또 처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히지카타가 소리쳤다.
"너 대체 뭐야! 갑자기 멋대로 들어가선 이렇게 되질 않나!
그리고 단순한 감기도 아니잖아. 대체 무슨 일이 있는......!" -히지카타
"시끄러......! 전부 나가! 당장.......!"
모두 꽤나 당황했다. 그녀의 상태가 더욱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희미하게 그녀의 주위에서 올라오고 있는 검은 연기.
아니, 그녀의 몸에서 나고 있었다.
열이나고, 기침을 하며 이상한 연기에 둘러싸인채
괴로워 하는 그녀는 모두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나가라고 했다.
나뭇잎이 살랑이고 내 눈동자도 동시에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