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키....?"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괜찮은 거야?
거짓말. 그럴리가 없잖아. 지금 죽을 것 같잖아.
괴로워보였다. 입에선 검은 피를 토하고,
불붙은 잔해와 기둥이 떨어진 그녀의 등에서는 검은 피가 뿜어져나왔다.

"안돼.....!!"

그렇게 내가 당황하던 그 때,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그녀는 다리서부터 시작해
검은색 연기가 되어 서서히 흩어져갔다.
우리의 마지막 최후를 그녀는 보여주고 있었다.
싫어. 이이상 사라지는 건 싫단 말이야.
왜 우리들은 죽을 때 아무런 흔적도 없는거야? 왜?
더 이상 날 혼자두지 마.

"유.... 유키 죽지마.....
나 그럼 혼자야.....죽지마...죽지마아...."

눈물이 마구 떨어져서는 흘러내린다.
이 눈물이 이 불길도 전부 꺼뜨리면 좋겠는데.
야속하게도 그녀는 검은 연기에 휩싸여간다.
서서히 온몸이 연기처럼 흐릿해져가고 내 몸에 옮겨묻은 그녀의 검은 피마저
어느덧 굳어가고 있었다.
유키는 떨리는 그 손으로, 피투성이와 화상자국 투성이가 되어버린 그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또다시 웃어보였다.

"내가 불을 막고 있으니까.....
최대한 빠르게 뛰면 빠져나갈 수 있어....."

"하지마! 그런 말 하지마......!"

유키는 옆에 떨어져있는 나의 검을 힘겹게 팔을 뻗어선 잡았다.
그리고는 그 검을 내 작은 두 손에 쥐어주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 눈을
다시 휘어서는 웃으며 말한다.
잔인해. 유키는 너무 잔인해.

"살아남아. 꼭, 살아남아."

왜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거야.
차라리 울어. 아이니까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건 당신이었잖아.
어른은 울면 안된다는 말 한 적 없었잖아.
그녀는 그렇게 우는 나를 잔해와 불길이 적은 쪽으로 밀쳤다.
그 순간 그가 읊조리는 말에 나는 다시 울어버렸고,
이내, 그녀는 검은색 연기가 되어선 흩어져버렸다.
불 때문에 피어오르는 회색빛 연기사이로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아....."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계속 귀에서 맴돈다.
그 말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들려오지만, 더 이상 그녀는 없다.
그녀가 열어준 길 사이로, 그 불길 사이로 뛰어들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달렸다. 옆으로 흩날리는 눈물이, 살을 베는 듯 했다.

「더....지켜주고 싶었는데.....
넌 나와 너무나 닮았으니까.......」


나는 그 말에 부정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달렸다.
거짓말. 유키는 끝까지 거짓말쟁이야.
나와 당신이 닮을리가 없잖아.
당신처럼 그렇게 따뜻할리가. 강할리가. 없잖아.
모두가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당신과,
그리고 모든 순간순간에 내게 웃어주며 내 이름을 불러주는 당신과,
이렇게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고 죽지도 못하고 그 무엇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내가 닮았을리가. 없잖아.

"으아악!!"

나가다가 불붙은 나무기둥에 깔려서 등뒤에 화상을 입은 듯 했다.
아팠다. 너무나도 아파.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모든 것을 짊어지고서 나를 지켜준 당신도 똑같았겠지.
그런데도 난..... 당신의 그 슬픈 표정을,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주지도 못한채로,
이렇게 바보같이......!

"큭!"

그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주었던 검으로 그 잔해들을 베어내고서 집 밖으로 빠져나갔다.
무서웠다. 그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를 잃은 슬픔과
분노가 어떠한 두려움도 삼킬 뿐이었다.
살아야한다. 너무나도 살고 싶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이지만, 살아야한다.
이 생명은 유키가 살려준 귀중한 목숨이니까.
그리고, 내 영혼을 위해 살아달라는 약속을 지켜야만 하니까.

"콜록콜록......! 콜록......."

그 다짐으로 그 불길 속에서 드디어 빠져나왔다. 죽다 살았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없다.
또 혼자. 그런 수많은 생각이 겹치니 나는 눈물이 찔끔났지만
더 이상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살려준 목숨을 헛되이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눈물로 흐려졌었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해 고개를 들었을 땐,

"뭐야....."

온통 검은색 뿐이었다.
원래 집도, 행성도 검은색이었지만 이번엔 느낌이 조금 달랐다.
모든 집들이 그녀의 집처럼 재가 되어있었고,
무인행성이라도 된 듯 고요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혼자 남겨진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를 안은채 몸을 웅크리는 그녀의 품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