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신스케

불을 붙인지 얼마되지도 않아 곰방대를 내려놓았다.
익숙해지는데에는 역시 시간이 걸리는건가.
원래 쓰던 것은 절벽에서 부숴버렸으니.
벌써 몇 달이나 되었는데도 적응은 커녕 더 짙어져간다.
절벽아래에서 떨어지는 나와, 그리고 찌르는 너.
이렇게 바뀌어 꿈을 꾼 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

"기분 한 번 참 더럽군......." -신스케

너와 같은 상황에 처하는 꿈을 꿔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찌리고서 떨어지던 네가 웃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떨어지던 때에 또 보자라고 말하는 듯한 눈.
그 눈에 담긴 약간의 원망도 보이기는 했지만서도.
무사히 마을까지 도착했으리라 믿는다. 꼭 그래야만한다.
도박이긴 하지만 녀석들 눈을 확실히 속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나 버리지마......."

그 때의 그 말 때문인지 더욱 숨통이 조인다.
그런 뭣같은 의아함을 풀지 못한 채 그저 떠났다.
떠나고서, 부쉈다. 그 분이 남겼던 것도.
그리고 네가 지키려고 했던 녀석들의 것도.
그렇게 막부의 더러운 녀석과 손을 잡아
그 녀석도 토사구팽. 찢어죽이도록 명했다.
그렇게 출발하기 조금 전, 소란스러운 그 사이에서
들려오는 거슬리는 목소리.
그 바보같은 사무라이 녀석의 목소리가 향하는 것은 너.

그리고 그런 너의 목소리와 시선은 내게 향했다.
역시 살아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싸우던 때에도 나를 보자 옅게 웃은 듯했다.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기쁨에 웃는거냐?
아니면 떨어지던 그 때의 웃음이냐.
처음에는 분노였으나 내 부하의 총에 맞아
떨어지던 그 때에는, 예전에 떨어질때처럼 웃는 듯한 착각이.
아니. 거의 확실하게 비슷했다.

"신스케?"

네가 나의 곁에 있는 지금까지도.
아직까지도 묻지 못한 것은 분명.
지금 네 미소가 일그러지길 두려워하는 탓일까.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신스케

정작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애써 둘러대면
불안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묻는건 나다.
하지만 너는 언제나 묻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그것을 참는 네 나름의 배려겠지.
그렇다고해서 네가 무언가를 숨기고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아, 결국.

너나 나나 매한가지로군.
나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