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아픈 건 마찬가지란 말이지......"

보통 인간에 비해 빠른 속도로 아물어가는 상처들.
그렇지만 남는 고통은 똑같다. 오늘따라 좀 많이 다쳤어.
제기랄. 거기서 조금만 더 버텼으면 아예 뿌리 뽑을 수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도 난, 이러고 있네."

대충 응급처치를 끝낸 뒤에 가져온 물통에 든 물로
내 검은 피의 흔적을 어느 정도 지웠다.
다른 녀석들의 피가 하도 엉겨붙어서 보이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어, 어래? 어디갔지?"

그렇게 치료를 끝마친 뒤. 오늘 내게 주어진 식량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아까 받았는데?
어디갔지? 치료하는 동안 동물이 물어간거냐? 그런거냐?

"윽......."

때마춰 울리는 배의 꼬르륵소리.
아아, 정말 최악이다. 어렸을 때는 몸도 작아서
먹는 양도 적었고 타이치 임무 때문에 몇 일 굶어도 멀쩡했는데.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정신차려라, 흑영, 아니 (-)!

"이젠 생각마저 꼬인다 꼬여......"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뒤로 드러누워버렸다.
이젠 전쟁이라면 넌덜머리가 나.
무엇보다 그 전장에서 어느 순간 들떠버리는 내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달라.... 다르다고...."

타이치를 닮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진다.
그가 살인에서 느끼는 것은 흥미도 뭣도 아냐.
그저 본능일 뿐. 나도 흥미따위는 느끼지 않아.
전쟁은 살인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시체를 밟고 올라설 때마다 나는 어땠더라.
언제나 나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상처도 빠르게 나아버리고
혼자서 짊어지고 하지만 일순간의 실수로 인해,
그 본능이라는 하찮은 것 때문에 망쳐버리고.

"난 그 자식과 다르다고........"

그렇게 혼자 궁시렁거리다가 쳇하고 혀를 차는데,
누워있는 내 머리의 위쪽으로부터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는 즉시 빠르게 일어나 검을 겨누었지만
이내 익숙한 은발천연파마가 서있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검을 거둔 뒤 등을 돌려 앉았다.

"뭐가 다르다는거야?" -긴토키

"너 같은 천연파마와는 다르다고, 백야차 나으리."

"이게 진짜......! 기껏 생각해서 가져왔더니만!" -긴토키

"뭘?"

긴토키는 조금 신경질적으로 내게 무언가를 던졌다.
나뭇잎에 싸여있는 주먹밥 2개. 그리고 붕대와 소독약.
용케도 가져왔네. 눈치보여서 난 적게 가져왔는데.
그 마저도 잃어버렸지만.

"..........어쩌라고?"

"나 참, 먹어! 좀 먹으라고 요녀석아!" -긴토키

긴토키는 억지로 하나를 내 입에 밀어넣었다.
평소같으면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했겠지만
배가 고팠던터라 할 수 없이 우물거렸다.

"그리고 말이다, (-)." -긴토키

긴토키는 내 옆에 앉더니 주먹밥을 우물거리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서 헝끌어뜨렸다.

"너무 무리하지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바뀌어버리는 걸까해서 두려운 건 너 뿐만이 아니니까." -긴토키

그 말에, 나는 우물거리던 것을 잠시 멈추었다.
.......체할 것 같잖냐.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울다가 체할 것 같다고.

"어른인 척 하기는......"

"그건 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 -긴토키

뭐. 가끔씩은 이래도 되겠지.
나는 혼자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