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질 않는다.
눈을 떴을 때 적이 있을까 맘 졸이며 선 잠을 자왔던 습관탓일까.
유키랑 지낸 것은 1년. 그 1년 동안 모든 것이 치유되진 못했나보다.
눈을 뜨고서 몸을 일으키자 내 옆에 보이는 건 잠든 긴토키.
누구는 못 자서 안달인데 이 자식은 침까지 흘리고 자네 요거.
"맞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놀다 지쳐서 잠들었지.
주위를 둘러보니 신스케랑 즈라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 몇몇도 자고있었다.
선생님은 다른 방에 계시는 걸까. 좋아. 지금이라면 괜찮겠다.
"
다녀오겠습니다아....."
모기소리로 작게 말하고서 내 검을 챙겨 방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조금 차가웠고, 바람소리를 제외하고서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늘에 뜬 저 달이, 고향에서 보던 달과 많이 닮아보였다.
같은 달은 아니더라도,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어느덧 여름이 되려는 걸까. 공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풀의 색이 더욱 진하게, 푸르러져 가는 것을 오늘 낮에 느꼈으니까.
"산책이라도, 하다올까."
이곳에서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검을 잡아 무뎌져가는 손에 온기를 주는 사람도.
지금은 전부 내 곁에 있다. 하지만 때때로는 무서워진다.
이렇게 평화 속에 있다가, 또다시 무언가를 잃는다면 견딜 자신이. 나는 없다.
이 평화 속에서도 복수와 증오는 사라질 듯 하면서도
사라지지 않아 내 가슴에 턱 막혀든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있다가 피식하고 웃듯이 한숨을 뱉어낸다.
"역시. 안 보이는 구나."
가뜩이나 검은 색인 별인데, 여기서 보일리가 없다.
여기서도 태양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주 먼 곳에 있지는 않을텐데.
다시 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중력이 몇 배나 강하고 아픈 추억이 있는 곳에.
수용소와도 같은 그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그녀가 있었기에.
이곳은 평화롭다. 또한 중력으로 부터 자유로우며,
그곳의 비보다는 이곳의 비는 생명에 가깝다.
그러니, 고향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만 가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내 손끝에서 끝났다.
그렇게 흙을 털어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나의 것이 아닌 소리가
수풀 저 너머로 들려왔다.
처음에는 산짐승이나 동물이겠거니 했으나, 소리가 조금 묵직했다.
이건, 사람의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검을 꽈악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