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좀 정리된 후. 나는 말없이 옆의 붕대로 그녀의 손을 능숙하게 치료했다.
내 상처는 한 반나절 정도면 거의 나을 듯 했다.
그렇게 꽤나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속에, 인상이 날카로운 흑발의 남자가 말했다.

"어이, 너. 이름이 뭐냐. 어디 출신이지?" -히지카타

"히지카타군,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지지마." -미츠바

히지카타. 저 자의 이름인가. 아까부터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자하니
날 구해준 그녀는 오키타 미츠바. 저 꼬마는 그녀의 동생인 오키타 소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격적인듯한 저 남자는 히지카타 토시로.
......뭔가 시작부터 저 녀석이랑은 꼬인 듯하다.

"이름이 뭐니?" -미츠바

"................"

내게 상냥하게 물어오는 그녀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름. 전쟁 동안 흑영이라 불리운 내게, 내 이름이 무슨 소용일까.
내 곁에 그들이. 친구들이 없으면 내 이름은 소용 없는데.
이젠 그런 너희마저도 날 버렸구나. 왠지 슬퍼져서 아무말않자,
히지카타라는 자가 다시 물었다.

"뭐야, 너 벙어리냐? 말 좀 해보라고." -히지카타

아니 구조 당한 주제에 공격한 나도 잘못이지만 저 태도는 뭐야?
마음에 안든다. 가뜩이나 말 안 섞으려 노력 중이었는데!
나는 할 수 없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뱉었다.

"너한테는 할 말 없어, 바보자식."

"뭐라고오?! 그 보다, 말 잘만하네!" -히지카타

"흥."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고라는 아이가 그를 비웃는다.
결국 미츠바가 말렸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 그냥 편한대로 부르도록."

내가 남성적인 어조로 말하자 그녀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쿠로* 어때? 귀엽잖아~" -미츠바
(*주- 일본어로 검정. 개이름으로 흔히 써서
우리말로 따지자면 검둥이)

"개냐!!!"

나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바로 갈 채비를 했다.

"이봐.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어딜 가는거냐." -히지카타

"......애초에 네 녀석이 구해준게 아니니까. 그리고 구해달라 한 적도 없어."

"이게 진짜......!!" -히지카타

내가 가려하자 미츠바라는 여자가 나를 붙잡았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만이라도 머무르라고. 계속있어도 상관없다고.
물론 히지카타라는 자가 극구반대하기는 했지만.
지금 나보고 머무르라고 한걸까. 이런 나에게?
돌아갈 장소조차 없는, 나에게?

만약. 아직 이 빌어먹을 세상에 따뜻함이란게 존재한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

믿음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것을.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

내 이름 한마디에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그렇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돌아갈 장소를. 아니, 내가 있을 장소를 찾았다.
그래. 잠시 복수니 뭐니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자.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소중한 것을 지키면 될테니.

나는 그렇게 또 다시 울어버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