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혹시 벌써 타카스기 녀석이
이녀석을 찾으러 갑판에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위의 애들이 위험하면 어쩌지?
긴토키랑 다른사람들은 무사할까?'
그렇게 고민고민하던 그 때, 나는 고개를 마구 흔들어 잠녑을 떨쳐냈다.
우선은 카무이를 말려야한다. 그래야 위의 상황도 알 수 있겠지.
덧붙여 저 살생을 막아야했다.
'이대로 뛰어서........'
나는 발끝에 최대한 힘을 모았고, 한 손으로는 검집을 쥐고
한 손으로는 검의 손잡이를 잡은채
그대로 코너에서 나와 그쪽으로 뛰어들었다.동시에 검을 뽑았다.
'벤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파고들어 카무이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무이는 어깨만 아주 살짝 스쳐
걸치고 있던 옷자락이 살짝 베였을 뿐이었다.
"뭐야?" -카무이
역시. 그냥 속도로는 녀석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반인들 앞에서 쿠로족의 스피드를 내자니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아직도 돌연변이라는 이름이, 나를 짓누른다.
"어래? 검은 여자 사무라이씨?" -카무이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얼굴로 말하는 카무이.
그의 앞에 쓰러진 대여섯 구의 시체와 흩뿌려진 붉은 선혈.
벌벌 떨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그 피를 뒤집어쓴채 그는 웃고있었다.
나는 애써 경악을 감췄다.
"오랜만이군, 네 녀석. 덕분에 친구는 찾았다."
내 말에
카무이는 한 손바닥에 주먹을 살짝 내리치며 아하! 하고는 말했다.
"역시 사무라이 형씨랑 친구였구나." -카무이
"그래. 니 여동생도 이젠 내 친구거든."
카무이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카무이
"나름 휴가랄까."
"그래? 나도 나름 휴가차 온 건데.
이 녀석들이 망쳐버렸어." -카무이
"난 네 놈 때문에 망친 것 같은데."
그 말에 그는 잠시 우뚝 멈춘 채 있다가 소리내어 웃었다.
나도 작게 소리내어 하핫, 하고 웃었다.
그렇게 몇 초간 우리의 의미없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러니까 재밌게 해줘." -카무이
쾅하고서 굉음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카무이는 자신의 우산을 날 향해 내리쳤고 나는 그것을 검으로 막았다.
끼긱거리는 소리가 섬뜩했다.
둘 다 용병부족의 피가 끓는건지
여유가 없으면서도 즐거워보이는 미소를 옅게 띤 채
서로 검과 우산을 맞대고 있었다.
"저기, 저번의 그 속도로 싸워줘.
그 속도로 붙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구?" -카무이
나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비상탈출비행정 쪽으로 빠져나간 것을
보고서 그제서야 싸워도 되겠다며 안심했다.
"그 정도까지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어."
"헤에- 그래?" -카무이
카무이는 우산을 거두고서 뒤로 멀리 점프했다.
긴 복도. 그 끝과 끝에 서있는 하나의 야토와 하나의 쿠로.
마치 두 마리 맹수를 한 우리안에 둔 격이다.
이길 수. 있을까. 야왕 호센에 맞먹는 자다.
그리고 카구라의 오빠다. 그런 이 녀석을.
나는 죽이지 않고서 이길 수 있을까.
"어쩌지- 고민되네~" -카무이
"뭐가."
"죽일지 말지." -카무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카무이는 눈을 살짝 뜨고서
얼굴엔 변함없이 미소를 띤 채 빠르게 나에게 달려들어
몸을 반정도 빙글하고 돌린 뒤 뒤쪽으로 빠르게 돌려찼다.
그 발을 검으로 막은 채 있다가 나는 그대로 카무이를 튕겨냈다.
그 반동으로 뒤쪽으로 조금 주춤했다.
손이 저리다. 강하다. 너무 강해.
"와~ 처음봤어.
내 발에도 부숴지지 않는 검.
나름 부수려고 세게 찬건데." -카무이
"당연하지. 누가 만든건데......"
이 검은 절대로 부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나의 행성의 왠만한 합금보다 더 단단한 원석도 이유지만,
그녀의 정성이 담겼고, 이 때까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휘둘러 온
이 검이 부숴질리 없다고 나는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런 이 검을 휘둘러 다른 이를 지키는 것이,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재밌어.......짜릿해.
너무 오랜만이야. 이런 감각." -카무이
갑자기 웃고 있는 그의 표정에서 아까와는 다른 조금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조금 싸늘한 미소로 눈을 뜬 카무이.
위험해. 라고 온 몸이 외쳤다.
"역시 죽이는 건 관둘래." -카무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카무이는 광기가 조금 서린 웃음을 띠고서
내 위로 뛰어올라선 우산을 위로 치켜들었다.
"더 즐기고 싶어졌어." -카무이
그의 우산을 힘겹게 검으로 막은 내 팔이 조금 떨렸다.
그 떨림으로 인해 다시 울려퍼지는 마찰음.
이 상태로는 무리였다.
일반인도 없으니 이이상의 속도를 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네 얘기는 카구라한테 많이 들었어.
죽이는 것이 즐거워? 카무이군."
그 말에 카무이는 우산을
내 검과 맞댄 채 웃으며 말했다.
나는 검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제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