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토키
어둠에서 끌려나오듯 깨어나 외친다.
아무도 없어서 텅빈 방 안에 울려퍼지는 숨소리.
악몽이라도 꾸었던 걸까. 심호흡을 한 번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 제꼈다.
복도에 보이는, 그녀의 검. 언제나와 같은 장소에 세워져있었다.
옷도 원래대로 걸려있었다. 역시.
"........꿈이었나, 젠장." -긴토키
그렇게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갔다.
아침밥이 차려져있었다. 녀석이 늘 차리던 그대로.
아무래도 일 때문에 만들어두고 나간 것 같다.
......일 좀 해야겠구나. 마누라 고생이나 시키고.
"옷이나 갈아입을까......" -긴토키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은 뒤 현관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날씨가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비가 올 일은 없겠구만.
그렇게 들어오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얼레?"
(-)의 신발이었다. 이 녀석 신발 하나 뿐이지 않았나?
저번에 사준 건 전부 찢어져서 버렸고.
그렇다고 맨발로 나갔을리도 만무하다.
아직 자나? 벽장에서 자기라도 하는걸까.
그래. 가끔씩 카구라 녀석이 끌고가곤 했으니.
그렇게 벽장을 열어제꼈다. 없다.
늦잠자고있을 카구라 마저도 없다.
위화감에 고개를 돌리자 텅 비어있거나 점프가 있어야할
책상 위에 종이뭉치 하나가 보였다.
"하......"
그 위에는 손글씨가 아닌,
컴퓨터로 출력해낸 글씨가 잔뜩 쓰여있었다.
"하하..... 하하하......."
신센구미에서. 온거다.
하나는 분석표 마냥 어지럽게 생긴 것.
하나는 편지 마냥 길게 글만 나열되어있는것.
그 사이에는 네 글씨체로 쓰인 것도 몇몇 보였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 종이를 구겼다.
그리고는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여러거짓말을 들어오며 아팠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거짓이길 바랄만큼 아프다.
어이, 뭐하냐. 이렇게 주저앉아 뭐하냐며 한 대 치지 않고.
얼른 나와서 한 대 치고 일으키기나 하란말이다, 요녀석아.
그렇게 바보같이 웃으며 몇 번이고 읊조려봤자.
이제 진짜, 너는 없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는 반드시 만나러갈테니까-」
다음 생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지금 내 곁에 있어. 만나러 오지 마.
만나면 너만 또 괴로워질게 뻔해.
하지만 이 말은 더이상 내게 닿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잠시 이별이야.」
이별에 잠시 따위가 있을 것 같냐.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 보냐.
그걸 기다릴 만큼 내가 인내심 많아 보였던거냐?
그리고 무엇보다,
「..........안녕.」
"너도 안녕하지 않은 주제에,
그 딴 인사를 마지막으로 하지 말라고......" -긴토키
후회한다.
"만약에 넌 네가 내일 죽는다면 뭘 제일하고 싶어?"
"뜬금없이 뭔소리야?" -긴토키
이제서야 너의 답을 알아낸 것을.
"그럼 너는. 너는 어쩔건데." -긴토키
내 질문에 나를 보며 싱긋 웃던 너의 그 미소에,
그리고 그 미소에 드리운 어딘지 모르게 슬픈 너를
미처 끌어안아 주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던 너의 그 대답을 이제서야 알았음을.
그리고 그것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음을.
너무나도. 사무치도록 후회한다.
후회는 해봤자 부질없기에 후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녁 노을처럼 밤에 먹혀버린 너는,
"(-)......" -긴토키
없다.
[확산하는 저녁 노을. 그리고 너.]
[Fin]
나까지도 어둠에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