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노닥거린거 아니냐?" -긴토키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점점 확산하는 노을과 함께 그의 은빛 머리칼도 같은 색으로
꽤나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검지만 노을이 비추었다.
터덜터덜 걷는 발걸음 소리.
신발에 끌리는 흙에 의해 약간의 흙먼지가 일었다.
"봐라, 벌써 해가 지고 있잖냐." -긴토키
"뭐 어때. 조금이라도 평화로울 때 즐겨놔야지."
그렇게 도착했을 땐 너무나 고요했다.
그녀는 먼저 오른쪽으로 향했고 긴토키도 같은 방향에
방이 있기에 그쪽으로 향했.... 어래, 잠깐.
저 녀석 방 저번에 싸우다가 힘조절 못하고 문이 부숴져서
지금 반대쪽 방 쓰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모퉁이를 돌 때 쯤 생각나 긴토키는 바로 쫓아갔다.
"어이, (-). 잠....!" -긴토키
그 순간 땅거미진 뒷마당이 별안간 환하게 밝혀지더니
긴토키가 감았던 눈을 떴을 땐 많은 그림자가
듬성듬성 뒷마당을 매우고 있었다.
술잔에 술을 받아놓은 채 앉아있는 동료들.
이쪽으로 와선 어깨동무를 하는 타츠마.
다가와 술잔을 긴토키에게 건네는 카츠라.
기둥에 기대어 선채 술잔을 들고서 힐끗 긴토키를 보는 신스케.
그리고, 마찬가지로 술잔을 들고 있는 (-).
어리둥절한 긴토키를 보며 모두가 키득거리자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기 생일도 잊어먹고 살지 말라고, 백야차 나으리."
긴토키는 그 말에 그녀가 중얼거렸던 말을 떠올렸다.
「......하여간에 이 바보같은 자식.」어쩐지 필사적으로 끌고가더라니.
건배하려고 술잔을 들고있는 그녀를 보며 긴토키의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던 타츠마가 이번에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키득거렸다.
"오- 평소엔 못 마신다며 극구 거부를 하지 않았남?" -타츠마
"날이 날이니 만큼, 오늘은 죽어라 마시자고!!
이 몸이 전부 사는거니 남기면 죽을 줄 알라고, 요녀석들아!!"
"오오오오오-!!" -양이지사
과열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벙쪄있는 긴토키를 대신해
대충 연설을 하고 있던 그 때 신스케와 카츠라가
긴토키의 곁으로 와 말했다.
신스케는 특히 한숨소리가 짙었다.
"과분한 대접이다. 알고는 있겠지, 긴토키." -신스케
"(-), 자네 때문에 새벽부터 나가서 우리가 치기로
예정되어있던 초소하나를 쓸어버렸다네.
혼자서 할 줄은... 이 술도, 자네 간식 값도
전부 그곳의 물자를 팔았다는 것 같더군." -카츠라
그 말에 긴토키는 유난히 조용했던 오늘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는 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검은 유카타의
하얀 깃에 약간 묻어있던 그 붉은색도.
불량배를 팬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될까 의문을 가지기는 했었다.
"(-)! 너 또 무슨 무모한.....!" -긴토키
그녀는 긴토키의 입을 막고선 키득 웃었다.
"잔소리는 나중에. 지금은 우선......"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돌아서서 잔을 들며 외쳤다.
"긴토키의 생일과, 물자탈환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양이지사
쨍하고 울려퍼지는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다들 한 번에 술을 들이켰다.
크으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벌써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 했다.
"잔소리보단 고맙다는 말이 더 듣고 싶습니다아~"
"잔소리는 개뿔," -긴토키
긴토키는 다른 이들이 술에 정신팔린 사이
와락 껴안고서 그녀의 머리를 마구 헝끌어뜨렸다.
"고마워서 돌아버리겠다, 요녀석아!" -긴토키
술에 취해서 발음이 꼬인 그녀도 웃고,
다른 이들도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이제는 노을마저 지고,
그의 머리카락 같은
달빛이 들어차고 있었다.
긴토키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