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콜록.... 틈이 있어서 압사하진 않았군." -히지카타
"상처는, 괜찮아?"
"너나... 하아.... 걱정해라.
그냥 조금 덧난 것 뿐이잖냐. 그 보다, 이젠 정말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는건가......" -히지카타
약간의 틈이 있기는 하지만, 한 명 정도 밖에 나가지 못할 만큼 작고,
나가더라도 이 건물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콜록이는 기침소리는 불안함을 두려움으로 바꿔간다.
둘은 한 동안 침묵했고, 이내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일....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네가 제일 먼저 였잖냐." -히지카타
히지카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머리의 상처로부터 흘러나오는 검은 피가 한줄기 흘러내려
그녀의 오른쪽 눈을 감기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또다시 웃어보였다.
"평범하고, 조금은 시끄러운. 진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어."
하지만 금새 시무룩해지는 표정.
히지카타는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다 거두었다.
결과적으로는 나 때문인데. 내가 널 위로할 자격은 있는걸까.
"하지만 결국 이 꼴이네......"
"......곧 동이 트겠군. 네가 그렇게 말하던." -히지카타
이유를 묻듯이 말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어 읊조리듯이 말했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이 밤이 아니라
적어도 동이 트고난 뒤에, 언제나처럼 밝은 그 아래에서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그랬어."
"평범하게....라....." -히지카타
고작 '평범'이라는 단어하나만을 갈구해서.
그래서 다른 것을 지키기 위에 몸을 내던져왔다.
그런데. 결국 내 손에 남아있는 건? 그리고 내가 지켜낸 것은?
전부 지켜낸 적은 없었다. 언제나 희생은 따르는 법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해오던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런데도 언제나 내 곁에서 웃는 너는.
나보다 더한 상처를 짊어지고서도 웃는 너는. 대체 얼마나 강하면.
히지카타는 혀를 짧게 찼다.
그 때, 삑하고 들리는 작은 기계음.
"슬슬 준비가 끝나가는 모양이네."
아까 그 무전기에 붉은 불빛이 들어왔다가 사라졌고,
이내 작동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걸 보더니 이제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씨익 미소지었다.
"무슨 소리냐. 아까부터 사망플래그 만드는 것 같이
돌려 말하질 않나..... 제대로 말을 하란...." -히지카타
그러더니 검집과 검으로 조금 나 있던 틈새를 들어올려 받친 뒤,
그 틈으로 밖을 힐끔보고는 깨져있는 창문을 보았다.
그리고는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잡아 숨을 한 번 내뱉었다.
"어이, (-)! 지금 뭐하는......!" -히지카타
그리고는 잔해들을 등으로 떠받쳐 힘겹게 버티며 일어나서는
히지카타를 끌어당겨 얼굴을 마주보게 했다.
역시나. 또 다시 미소짓는 그 얼굴.
".......다시 볼 땐, 밝은 아침의 하늘 아래에서 보자구."
그리고는 히지카타가 왜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는 그대로 히지카타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창문 밖으로 던져진 히지카타는 다시 무너지기 시작하는
건물 안에서 자신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 -히지카타
터오기 시작하는 아침의 해에, 그 모습마저 빛에 휩싸이듯
멀어져만 갈 뿐이었다.
기침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